“바쁜 노동자들, 직접 상담하러 갑니다”[현장에서]

김태희 기자 2023. 5.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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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오비즈공원에 마련된 안양시 노동인권센터의 ‘찾아가는 노동자 상담센터’를 찾은 노동자들이 간식을 받아가고 있다. 김태희기자

“찾아가는 노동 상담센터입니다. 무료로 노무상담 받아보세요.”

지난달 27일 점심시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오비즈공원을 찾은 인근 직장인들이 공원 한 쪽에 서 있는 빨간 트럭을 보자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트럭은 안양시 노동인권센터의 ‘찾아가는 노동자 상담센터’였다. 센터 관계자들은 점심시간을 맞아 산책 나온 인근 기업의 직장인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노무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트럭 옆에는 상담을 위한 간이 테이블도 마련됐다.

처음에는 간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눠주는 책자와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몰렸다. 나중에는 간식이 다 떨어졌음에도 직장인들은 “노동 상식 책자와 홍보 팸플릿이라도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상담센터를 찾은 손모씨(49)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 일에 치여서 시간이 없다보니 노동 관련 문제를 겪어도 알아보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직장까지 찾아와준다면 노동자들 처지에서도 손쉽게 노동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간단하게 상담을 받았던 노동자들은 추후 노동인권센터로 연락하면 노무사들로부터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3일 안양의 한 건설 현장에서 열렸던 상담센터를 찾은 건설노동자 B씨는 최근 노동인권센터에 연락해 부당해고 구제 상담을 받았다. 이 노동자는 7개월 가량 현장에서 일했지만, 당장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노동인권센터는 노동자에게 해고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추가적인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안양시 노동인권센터 소속 양승현 노무사는 “노동문제 특성상 예민한 사안들이 많아서 현장에서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센터에서 도울 수 있는 점들을 안내하고 추후 만나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안양시 노동인권센터는 지난 달부터 시내 곳곳을 돌면서 찾아가는 노동자 상담센터를 열고 있다. 지난달 2차례 진행됐고 총 1000여건 정도를 안내했다. 이 중 3건 가량은 실제 상담으로 이어졌다. 이달 25일에는 명학역 공영주차장 앞에서 상담센터를 열 계획이다.

안양시 노동인권센터는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 노동 상담 신청을 받고 있다.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실업급여 등 노동 관련 궁금한 사항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징계, 해고, 인사상 부당 조치 등의 사연을 등록하면 관련 정보를 안내받거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손영태 안양시 노동인권센터장은 “노동자들이 시간 내서 노동문제 상담을 알아보기 어렵다 보니 직접 가서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했다”면서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정기적으로 현장을 다니며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노동인권센터는 자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난해 8월 전국 최초로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문을 열었다. 법률 상담과 구제 활동, 사각지대의 노동자를 위한 정책 발굴, 노사 상생적 문화 정착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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