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고 굽고 끓이고…한국인 밥상 채운 조기·명태·멸치를 만나다(종합)
1940년대 명태 관련 영상·옛 조리서·그물 등 170여 점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갓 잡으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면 황태….
명태는 어떻게 잡았는지, 건조 정도가 어떠한지 등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한때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로 인식되면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멸치는 어떠할까. 다른 생선과 비교하면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멸치볶음부터 젓갈, 액젓, 분말까지 멸치가 들어가지 않은 밥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오랜 기간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조기, 명태, 멸치의 문화적 의미를 찾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달 3일부터 조기, 명태, 멸치가 주는 의미와 한국인의 생업·식문화 등을 조명하는 '조명치 해양문화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전시는 한국인의 밥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부터 이들 생선을 잡고, 가공하고, 유통하고 일련의 과정을 170여 점의 유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땀 냄새, 비린내 가득한 생업 현장을 전시 공간으로 구성했다. 삶의 터전에서 '조명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마치 개구리처럼 울어대는 조기, 눈이 커서 멀리까지 볼 수 있다는 명태, 빛나는 은빛 자태의 멸치 등 우리 식탁의 대표 주자에 대한 설명을 다양한 자료로 볼 수 있다.
1809년 여류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가정 살림에 관해 저술한 '규합총서'(閨閤叢書), 1913년 진주 강씨 문중의 며느리인 밀양 손씨가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 손질 등에 관해 썼다고 전하는 '반찬등속'(饌膳繕冊) 등이 소개된다.
뭍으로 오른 조명치를 조명한 전시 공간에서는 1980∼1990년대 어시장에서 일한 경매사의 용품, '추자도 특산품'이라고 적힌 1980년대 멸치젓갈 통, 명태를 잡는 데 쓴 면사 그물 등이 시선을 끈다.
전시장은 조기·명태·멸치를 팔던 어시장, 경매장 등 다양한 현장의 모습도 생생하게 살렸다.
강원 용대리 황태 덕장을 구현한 공간에서는 명태 수십마리가 걸려 있다. 물때를 이용한 전통적 어업방식인 죽방렴을 꾸민 공간에서는 바닥에서부터 멸치가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했다.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자료는 1940년대 촬영한 명태 관련 영상이다.
명태의 알인 명란은 일본의 한 어류 가공 회사가 함경도에서 가공한 제품을 수입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명란젓을 판 게 인기를 끌었다는 게 통설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후쿠오카(福岡)에서 명란을 상품화한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1913∼1980)다.
김창일 학예연구사는 "일본의 업체가 홍보용으로 촬영한 듯한 이 영상을 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명란을 많이 수입해 갔고, 일본인들이 이미 그 맛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민속학적으로나 음식사(史)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쉽게 듣기 어려운 조기의 울음소리를 기록한 자료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기잡이 중선 모형 옆에서 귀를 기울이면 조기의 울음소리가 들을 수 있다.
전시는 그 많던 조기, 명태, 멸치가 어디로 갔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물 총수입 약 121만8천t(톤) 가운데 냉동 명태는 33만6천여t에 이른다. 동해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없어 100% 외국에서 들여온다는 것이다. 조기 역시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종을 찾아 아프리카까지 가서 수입해온다.
전시는 현재 조기, 명태, 멸치와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을 짚으며 "명태는 사라지고, 조기는 북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산물을 먹는 한국인, 그 중심에는 조기, 명태, 멸치가 있다"며 "삼면이 바다인 해양 민족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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