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크레이머 "韓저출산, 이민정책이 해법"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한국의 저출산·저성장 문제 해법으로 '이민 정책'을 조언했다. 가사도우미 등 일자리에 이민을 활성해 출산·육아 부담을 던 여성들이 경력 단절 없이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2일 '2023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가 열리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 미디어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학적으로 이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연구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민 확대가 정부 재정 수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고학력자이지만 현재 아이를 돌보거나 노인을 돌보는 일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가 (이민 확대 정책 효과로) 일을 하면 이 과정에서 세금 창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또 국내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 인상 등 임금불평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 이민 확대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범죄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사도우미, 노인·아동 돌봄 등 특정 업종에만 이민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또 가족은 제외하고 근로자 본인의 이민만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이민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려가 있을 순 있다"면서도 "그러나 범죄를 주로 많이 저지르는 10~20대가 아닌 고령의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가족은 제외한 근로자 1명만 들어오게 하면 문화적 반발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민 근로자 보호 대책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 고용주에만 고용되도록 비자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 고용될 수 있도록 하면 근로자 착취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경제학 이론인 '오링이론(O-ring Theory)'으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O링이론은 1986년 발사 1분여 만에 폭발한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에서 착안했다. 당시 폭발 이유가 지름 1cm 정도의 연결고리인 O링(고무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착안해 작은 부분의 실패가 전체의 큰 재난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개발경제 이론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등 최근 자국우선주의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저는 경제학자이지 정치과학자는 아니다"라면서도 "과거 미국과 소련이 정치적 라이벌이던 냉전시기를 생각하면 그때도 미국과 소련이 협력할 분야에선 협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이 가르쳐 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제로섬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무역 등에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레이머 교수는 이날 '한국 세미나의 날' 행사 중 개최된 조동철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대담에선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 동력으로 높은 교육열을 꼽기도 했다. 아울러 다음 팬데믹이 언제 올지 모르는 만큼 백신 개발을 위한 시설 확충과 금융 인센티브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이 올해 의장국을 맡은 ADB 연차총회는 이날 오전 송도에서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 회복, 연대, 개혁'을 주제로 개막했다. 오는 5일까지 진행되며 한국이 ADB연차총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1970년 서울과 2004년 제주에서 개최했다. 이번 연차총회는 각국 대표단 50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첫 대면 행사이기도 하다.
연차총회 개막에 맞춰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혁신 기후 금융 기구(이프캡·Innovative Finance Facility for Climate in Asia and the Pacific, IF-CAP)' 출범을 발표했다.
아사카와 마사츠구 ADB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프캡은 출자금과 개발투자금 비율이 1대1인 기존의 국제개발은행의 대출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룬 보증 승수 효과에 기반한 혁신적 금융 모델"이라며 "예컨대 이프캡의 1차 보증기금 목표인 30억달러가 달성되면 보증 승수 효과에 따라 가용 대출 규모를 최대 150억달러까지 늘리는 효과를 가져와 아태 지역의 기후 프로젝트에 ADB를 통한 신규 대출이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인천)=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서세원 빈소 찾아온 채권자 "돈 갚는다고 한지 2년"…소동 빚을 뻔 - 머니투데이
- "임창정이 먼저 접촉, 서하얀은 갑질"…작전세력 폭로 글, 진실은 - 머니투데이
- "같이 못살아"…이지혜, 남편과 충돌→화병 진단까지,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영앤리치" 제니, 美행사서 착용한 귀걸이 가격만 '3280만원' - 머니투데이
- 아이유 "각막 손상된 듯, 눈 너무 아파"…'드림' 촬영 중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명없는 민주당'?…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당황한 野, 전략 대전환 '고심' - 머니투데이
- 가방속에 젖은 옷 가득…비행기 타려다 체포된 20대 왜?
- [르포]과수원 주인 졸졸 따르다 300kg 번쩍…밥도 안 먹는 '막내'의 정체 - 머니투데이
- "학교가 룸살롱이냐" 래커로 도배된 서울여대…학생들 폭발한 이유는 - 머니투데이
- 히밥 "전성기에 한달 1억290만원 벌어"…165만 유튜버 수익 지금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