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韓에 연구소 설립 등 투자 러시
(지디넷코리아=유혜진 기자)해외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 한국에 연구소를 비롯한 생산 지원 시설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은 이달 말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제조혁신센터 기공식을 열기로 했다. 앞서 ASM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획하는 투자 규모는 2025년까지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다.
ASM은 원자층 증착(ALD) 장비 세계 1위 기업이다. 증착 공정은 반도체 실리콘 원판(Wafer·웨이퍼)이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다양한 물질로 박막을 입히는 과정이다. 원자층 증착 장비는 웨이퍼에 원자 단위 깊이 산화막을 증착하는 장비다. ASM은 네덜란드 노광 장비 기업 ASML의 모태가 된 회사다.
ASML 역시 동탄에 1천500명 수용할 수 있는 반도체 시설을 짓고 있다. 2천4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12월 입주하는 게 목표다. 한국지사 신사옥과 함께 재제조(수리)센터,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교육원, 체험관을 꾸린다. ASML은 화성 재제조센터에서 쓰는 수리 부품을 한국산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10%인 한국산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ASML은 한국 대학과도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매출 기준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경기도에 연구소를 짓기 위해 부지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용인·화성·평택시 인근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광선 AMAT 한국지사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구소를 어디 지을지 찾고 있다”며 “고객사와 무조건 가까운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지난해 4월 경기 용인시 지곡산업단지에 연구개발(R&D) 시설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를 열었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KLA도 지난 3월 말 용인에 트레이닝센터를 세웠다. 클린룸과 강의실 등을 뒀다.
이 업체들이 한국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어서다. 고객사 가까이에서 협력하고, 뛰어난 인재를 유치한다는 장점이 있다.
패트릭 로드 램리서치 부사장은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고객사가 있는 곳에 시설을 갖추면 장비를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몇 주 걸렸던 일을 며칠이면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램리서치는 한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전공정 장비 생산 업체”라며 “올해 말까지 지난 12년 동안 장비 1만1천개를 한국에 있는 고객사에 출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착공식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협력사를 찾기에 매우 좋은 나라”라며 “한국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할 뿐 아니라 네덜란드 본사에서 한국으로 부품을 조달하는 시간을 아끼고 물류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1천400명 이상을 더 채용할 것”이라며 “현재 인원은 2천명”이라고 소개했다.
박광선 AMAT 지사장은 “경기도 연구소는 AMAT가 해외에 짓는 첫 번째 전공정 설비 연구소”라며 “대만에도 없고, 당분간 그곳에 지을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과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이고 반도체 위탁생산(Foundry)까지 아우르는 협력 장소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국에서 장비를 생산하는 비중은 작지만, 연구소를 지어 고객과 협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린 코처 KLA 한국지사장은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해 KLA가 한국에 전략적이고 지속으로 투자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며 “한국에서 반도체 전문가를 육성하고 고객사와 협업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혜진 기자(langchemi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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