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설리→문빈…우리 ‘누나’·’오빠’의 ‘N번째 비극’을 막으려면 [Oh!쎈 초점]
[OSEN=유수연 기자] 지난 2017년 12월, 2019년 11월, 2023년 4월. 종현, 설리, 그리고 아스트로 문빈이 향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돌들의 비보가 자꾸만 들려온다.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연예계는 물론 이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던 팬들과 일반 대중 역시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가요계 속 비극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앞으로도 있을지 모른다. 최근까지도 수많은 아이돌들이 ‘위험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화려한 무대 뒤 어두운 모습을 가진 아이돌들의 사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인조 걸그룹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간미연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른바 ‘1군 아이돌’의 위치를 선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의 심적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다.
지난 2021년 KBS2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간미연은 “너무 어린 나이 얼굴이 다 알려지다 보니 감사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되게 어두워져 있더라. 늘 우울했고 '오늘 눈 감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고 '베이비복스' 활동 시절 얻은 마음의 병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심적인 고통을 고백하며 충격을 안긴 아이돌들은 계속 나타났다. 지난 2020년 현아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5년 이상 공황장애 약을 복용했다. 병을 앓은 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며 "과호흡, 공황장애, 우울증이 있는데 미주신경성 실신도 있었다. 스케줄을 접고 돌아가는데 너무 속상했다”라고 고백했다.
또 다른 여성 솔로 아티스트 태연 역시 2019년 6월 SNS에서 팬들과 소통하던 중 우울증 진단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약물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나으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조울증이든 우울증이든 나쁘게 바라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들 아픈 환자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심리 불안으로 활동을 중단한 아이돌들도 많다. 2019년 강다니엘은 ‘우울증 및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잠정 활동중단을 했으며,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정연은 2020년부터 심리적 불안장애 및 목 디스크를 앓아오며 네 차례나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2월에는 프로미스나인 백지헌이, 12월에는 베리베리 민찬이 2020년 10월에 이어 ‘심리적 불안 증세’를 이유로 활동을 두 번째로 중단했다.
특히 마음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가까운 동료들이 가장 큰 고통을 호소했다. 종현과 같은 그룹의 샤이니 태민은 이전부터 앓아온 우울증 및 공황장애 증세로 2022년 1월 14일부로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악대대에서 보충역으로 편입된 바 있다. 종현과 비슷한 시기에 가요계서 활동했던 2NE1 공민지 역시 지난 2018년 미국 빌보드 인터뷰에서 고인을 언급하며 “그것은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난 왜 그가 도망가고 싶어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어린, 신인 아이돌들에게 아이돌 세계에서 그저 성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故문빈과 생전에 아주 가까운 친구였던 비비지 멤버 신비, 엄지, 세븐틴 승관이 컨디션 난조로 스케줄 불참 소식을 전했고, 고인과 같은 그룹인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는 지난달 30일 태국 행사 무대 위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계속된 아이돌들의 비보와 ‘마음의 병’ 고백이 자꾸만 대중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있다. 어린 나이부터 화려한 연예계 데뷔를 위해 경쟁에 노출되어 왔던 아이돌의 세계와, 일상 속 경쟁 사회 구도를 겪고 있는 대중들의 세계는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K-팝의 위험이 결국 K-사회의 위험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에 업계는 연습생부터 아이돌 스타가 된 이들까지 회사 차원에서 심리적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예방책을 줄곧 내세워 왔다. 하지만 우리의 누나, 오빠 같던 아이돌부터 친구, 그리고 이제는 동생, 조카 같은 아이돌까지. 그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냈나. K-팝의 문화와 더불어 경쟁으로부터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분위기의 변화가 없다면 n번째 비극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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