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9개월 남았는데…'친중' 국민당, 아직도 후보 못정해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내년 1월 총통 대선을 앞두고 친중 성향의 대만 야당인 국민당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현지시간) "내년 1월 대선까지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당은 아직까지 대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11월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음에도 국민당은 여전히 내부 갈등에 빠져 있으며 당내 양안 전략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민진당은 지난달 회의를 열고 차이잉원을 뒤이을 인물로 라이칭더 부총통을 공식 지명한 반면 국민당에서는 아직까지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 언론인 자오사오캉,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 등 인물 가운데 후보를 확정 짓지 못한 상황.
국민당은 경선이나 당원투표가 아닌 여론조사, 당내 합의, 중도층 지지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는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선 후보자를 지명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대만 해협에서 긴장감이 고조된 현 상황에서 국민당 내부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로서 국민당 후보로 유력시 되는 인물은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이다. 궈타이밍의 경우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할 뿐더러 중국 본토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중도층 등을 끌어오는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국민당 관계자는 SCMP에 "12월에 실시한 내부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의 지지율이 (국민당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꼽혔고, 허우 시장 역시 자신이 총통직에 도전할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궈타이밍보다 허우를 선호한 이유는 내부 여론조사 결과 허우 시장이 국민당 소속 의원과 지방 공무원의 지지를 80% 이상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타이베이의 정치 및 국방 평론가인 치레이은 궈타이밍에 대해 "정계에서 지도자로서 경험이 전무하고 정부 직책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당 거물급 인사들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민당이 어떠한 후보를 지명하든, 전문가들은 국민당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낙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해국제문제연구소(SIIS)의 연구원장인 위신톈은 "양안 관계에서 국민당은 대만 국민들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내러티브 없이는 국민당이 민진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국민당의 연구기관 쑨원학교의 교장을 지낸 장야중은 "국민당이 '92공식'(九二共识·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의 족쇄를 깨고 양안 관계를 정의하기 위해 중국과 새로운 협상을 맺어야한다"면서 "대만은 미국의 속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 무기만이 필요하다. 이것이 국민당이 지지자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당이 2024년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낙오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국민당이 패배하더라도 대만에서 제1야당으로 남을 수 있지만, 민진당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128년이란 역사를 지닌 국민당의 비전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당의 국제관계 담당 국장인 황제정은 "우리 당명은 '대만 국민당'이 아닌 '국민당' 또는 '중국 국민당'"이라면서 "우리는 1912년 중화민국을 세운 혁명의 정당이다. 지금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국과의 관계와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간 가상 대결에서 국민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워도 라이칭더가 승기를 거머쥘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대만 대만민의재단이 실시한 총통 선거 가상 대결에서 라이 부총통은 33.4%의 지지율로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29.7%)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할 것이란 결과였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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