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응급실 어쩌나…대학병원 참여 총파업 땐 '의료 대란'
간호법 통과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비(非) 간호사 단체가 부분 파업에 이어 총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정부는 "휴진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며 필수·응급의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의료연대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두 법안을 "입법 만행"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간호법이 시행돼 간호사가 병·의원을 떠나 지역사회 돌봄 사업에 참여하면 1차 의료기관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경영난이 심화하고 2, 3차 의료기관은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며 "의료법 개정안 역시 환자와 직접 접촉이 불가피한 수많은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 규탄했다.
의료연대는 이들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대통령의 재가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기 위해 향후 파업 등 단계적인 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3일 오후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이 연가를 내거나 진료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참여하는 1차 부분 파업이다. 이어 11일 비슷한 형태의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만약 거부권 행사 등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에는 17일 의료연대 소속 400만명의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연가 투쟁, 부분 휴진에 따른 환자와 일반 국민의 불편 역시 단계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일(3일) 진행되는 부분 파업은 종전에 4일로 예정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의 연가 투쟁을 앞당기면서 의사 등 타 직역이 동참하는 형태라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 간무협은 전국 시도 회원 1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국회 앞에서 연가 투쟁을 벌였는데 당시에도 의료 현장의 별다른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환자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차 부분 파업은 의료기관마다 시간·형태를 자율적으로 적용해 참여하고, 전국에서 진행하는 집회도 가급적 병·의원 진료가 끝나는 늦은 오후로 잡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2차 부분 파업과 총파업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1차와 달리 2차부터는 참여 의료기관과 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총파업은 대학병원의 전공의·교수 등 전체 의료기관으로 참가 범위를 확대한다는 게 의료연대의 계획으로, 실제 시행될 시 환자 불편과 의료계 전반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의협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원의와 대학병원 전공의, 교수 등 응답자의 83%가 파업에 찬성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학병원의 필수 의료 분야인 중환자실·응급실 등은 파업의 범위와 방법 등을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라며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은 국민께 절실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통령께서 국민 여론과 의료계 마음을 이해하고 (거부권으로) 결론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시선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되는데,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의료연대의 부분·총파업 등 투쟁 로드맵은 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9일과 16일 이후로 맞춰져 있다. 1년여간 국회 앞에서 이어온 릴레이 1인 시위도 이날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옮겨 진행한다. 이필수 의협 회장, 곽지영 간무협 회장은 의협 앞 천막에서 간호법 반대를 위한 단식 투쟁을 지속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어 13개 단체의 연가 투쟁, 부분 휴진과 관련한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민수 제2차관은 "보건의료인 여러분들께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휴진을 자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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