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 막으려면?
건설기계 업체 등 협업 통해 사고 예방 노력
KT가 지하 통신 케이블과 굴착 공사로 인한 단선 사고를 막기 위해 건설기계 업계와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전용 앱을 통해 통신 케이블 매설 현황을 알려주는가 하면 국내 주요 건설 기계 제조사 등과 함께 협업해 텔레매틱스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서문찬 KT 충남충북광역본부 기술지원부 부장은 2일 서울 광화문 KT 기자실에서 스터디를 열고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초대형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며 "통신 인프라의 안정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외 공사로 인한 장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고객센터에 접수된 불만 건수 1만여건 가운데 사외 공사로 인한 장애는 2021년 442건, 2022년 331건으로 연간 평균 387건에 달했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상하수도 굴착(26%), 도로공사 굴착(23%), 신축건물 터파기·펜스 굴착(18%) 등 굴착 공사(70%)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았다.
KT 관계자는 "통신 케이블은 단순히 생각하면 인터넷이나 전화 등 유선 서비스만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무선 기지국도 사실 통신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선 사고가 일어나면 무선 서비스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건설 기계 작업자나 건설사도 피해를 본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물은 영업 배상 책임 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복구 기간 공사 진행이 어려워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손해도 보게 된다.
그럼에도 굴착 공사로 인한 단선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건 통신 케이블의 매설 위치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건설 기계 작업자들은 곳곳에 설치된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을 확인하거나 KT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으로 통신 케이블 매설 여부를 확인해왔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단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KT처럼 지하 매설물을 보유한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공사 현장을 순회 점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언제 어떤 작업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공사의 특성상 지자체에 신고되는 공사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T가 실사를 통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공사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해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두달간 진행된 37건의 공사 중 27건은 공사 정보가 없는 '깜깜이 공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끝나 있어야 할 공사가 이제 막 터파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KT 관계자는 "깜깜이 공사를 포함해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사는 월간 약 3000여건으로 추정된다"며 "모든 공사가 신고 후에 진행되더라도 실시간으로 굴착 시점을 특정하고 회사 직원들이 현장에 일일이 방문해 통신 케이블을 탐지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KT는 관련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 통신 케이블 인식 제고와 단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선 건설 기계 작업자가 현장에서 통신 케이블 매설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에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과 주의 깃발, 스티커 등을 다수 설치했다. 이와 함께 전사 620개의 순찰조가 일평균 150km를 주행하며 주요 통신 케이블 구간을 점검한다. 이와 함께 OSP(외부 통신 시설)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통신 케이블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해 시범 적용하고 있다. '광케이블지킴이'는 앱을 실행하고 '내 위치 전송하기' 버튼만 누르면 현장 작업자의 위치를 케이티 서버로 전송해 공사 현장 주변에 통신 케이블이 얼마나 가까이 매설돼 있는지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KT 직원과의 통화를 원하면 KT 선로 전문가와도 바로 연결해준다. 앱을 통해 공사 상황을 통보해주면 KT가 원격 또는 현장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국내 주요 건설 기계 제조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텔레매틱스 플랫폼과 KT OSP 관리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텔레매틱스는 건설 기계에 탑재돼 현재 위치나 성능·기능·부품 이상 등을 파악한 뒤 네트워크를 통해 기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수집된 건설 기계의 위치 정보와 OSP 관리 시스템의 통신 케이블 정보를 조합해 건설 기계 작업자가 매설 지역에 근접하면 주의 메시지를 보낸다.
KT 관계자는 "지하 통신 케이블은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방안을 통해 통신 케이블의 인식을 높이고 건축업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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