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타고 이동하는 '이것' 때문에 연간 100만 명 이상 사망해

성진규 2023. 5. 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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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류 보건의 가장 큰 위협을 하나 꼽자면, 단연 슈퍼 박테리아를 들 수 있다. 슈퍼 박테리아는 평범한 병원균에 항생제 내성이 생긴 것으로 항생제를 사용한 치료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약한 감염병이나 간단한 상처만으로도 환자를 사망에 이르도록 한다.

항생제 남용은 슈퍼 박테리아라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슈퍼 박테리아, 구름 타고 장거리 이동 가능해

슈퍼 박테리아의 발생 원인은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다. 때문에,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자주 발견되며 자연환경에서도 종종 검출된다. 그런데, 최근 슈퍼 박테리아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서도 발견된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캐나다 라발 대학교(Laval University),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 대학교(Clermont Auvergne University) 공동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러먼트(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2번 프랑스 중부 지방의 휴화산 '푸이 드 돔(Puy de Dôme)'에 올라 구름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전문 장비를 사용해 구름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와 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구름을 구성하는 물 1mL(밀리리터) 속에 평균 2만 800개의 슈퍼 박테리아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슈퍼 박테리아 유전자는 퀴놀론과 술폰아미드, 테트라사이클린 등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었다. 더불어, 바다에서 만들어진 구름보다는 육지에서 발생한 구름에 슈퍼 박테리아 유전자가 유독 더 많다는 사실 또한 발견됐다.

연구진은 "사람이나 가축에게 사용한 항생제로 인해 만들어진 슈퍼 박테리아가 흙이나 식물 등에 남아있다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떠올라, 구름 속 물방울에 스며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하며, "슈퍼 박테리아가 구름을 타고 멀리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연구진은 "이는 인류 보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슈퍼 박테리아가 만들어지는 경로와 슈퍼 박테리아가 이동하는 경로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 이상 사망할지도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의 보건 당국은 계속해서 슈퍼 박테리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WHO가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슈퍼 박테리아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매년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보고된다. 문제는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 미국에서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던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한 후 이러한 전망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당시 인도에서 살던 70대 여성이 대퇴골 골절과 골수염 치료를 위해 미국 병원으로 이원 되었는데,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26개의 항생제에 모두 내성을 보여 치료가 불가능했고 결국 사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환자가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장내세균(CRE)'에 감염되어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카바페넴 내성장내세균은 국내에서도 고령자를 중심으로 자주 보고되는 슈퍼 박테리아로, 2017년(5,717건)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만 1만 5,369건이 신고됐다. 이러한 이유로 질병관리청은 2017년 6월 카바페넴 내성장내세균 감염증을 전수감시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019년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는 "2050년에는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1,000만 명 이상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WHO도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하며, 슈퍼 박테리아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하는 항생제 내성 예방법이다.

1. 의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
2.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요구는 금물
3. 처방받은 대로 방법과 기간을 지켜 복용
4. 감염예방수칙을 준수(손 씻기, 예방접종 등)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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