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계개선 승부수에 기시다 '조기답방' 화답…'가치연대' 가속

김효정 2023. 5. 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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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셔틀외교 완전 복원…과거사 진전된 태도는 미지수
윤 대통령에게 악수 청하는 기시다 총리 (도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2023.3.16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답방으로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되면서 양국 관계가 '가치기반 연대'로 재편되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여름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크게 앞당겨졌다.

윤 대통령이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직후인 3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교류 재개 물꼬를 텄고,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쥔 기시다 총리가 조기 답방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은 공유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이른바 '자유진영' 연대를 가속할 필요성에 한일 양국이 모두 공감하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서 역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주도의 동맹 연대에 적극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이런 기조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가치를 함께하는 일본과도 전략적 공조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정부 인식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 일본과 협력 확대 걸림돌로 작용하던 과거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섰다.

물론 해법 발표 당시 기시다 총리 등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역대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일본의 호응은 미흡했다.

국내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직접 사과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진전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지 두 달도 안 돼 답방이 성사된 만큼 이번에 당장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결과를 봐 가면서 일측의 호응 정도를 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미리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나 지금까지의 일본의 조치를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 정상 간 만날 기회가 G7 등 여러 계기에 계속 있다"며 "그 이후 양국 간 과거 단절됐던 고위급 협의채널이 가동, 복원되면 그만큼 한일관계 개선이나 국민이 체감할 성과 관련 조치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호응을 얻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필요한 양국 공조나 미래지향적 협력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기류도 읽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한일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거기에 따라서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한다"며 "과거의 일도 있겠지만 현재와 미래의 일도 있으니까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 발전이나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등이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안보 위협은 물론이고 경제 안보, 첨단 기술 협력, 글로벌 어젠다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그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셔틀 외교 복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 하는 미국은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크게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이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진행되는 일련의 정상외교 중 중요한 '퍼즐'이 될 수도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달 30일 트위터 글에서 "규칙(Rules)과 완력(Raw Power)의 대결"이라며 기시다 총리 방한 계획과 윤 대통령의 최근 방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방미, G7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호주에서 열리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 등을 함께 언급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자유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지도자들이 함께 만나 협력하고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비되는 '완력'의 사례로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대한 중국의 돌격,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를 들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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