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체철거?” 인천 검단 ‘안단테’ 붕괴사고에 시공사 GS건설·LH 초긴장
”설계·시공 미비 가능성 높아… 자재 불량 일수도”
재시공 가능성 배제 못해… 원희룡 “입주민 안전 가장 중요”
1군 건설사 GS건설 신뢰도도 흔들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컨소시엄 시공 주관사를 맡은 GS건설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서울역센트럴자이 외벽균열로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GS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의 붕괴사고까지 일어나면서 브랜드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어서다. 사고가 일어난 지하주차장은 보가 없는 ‘무량판구조’로 이뤄져 설계와 시공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만큼 GS건설의 시공능력이 주효했던 상황이었다. GS건설은 시공에 앞선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새로 출시한 브랜드 ‘안단테’가 입주예정자들에 혹평을 받아 대형건설사 브랜드까지 붙이는 마당에 ‘공공분양’ 아파트의 안전도까지 의심받게 됐다. 공공분양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1월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처럼 ‘전면 재시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작년 7월 타설·시공… “흙 무게 못 이기거나 철근 부실 의심돼”
붕괴사고 현장은 인천검단 AA13-1,2BL 건설공사 현장이다. LH가 발주를 하고 GS건설(주관사)과 동부건설, 대보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 중이었다. 공공분양 당시 1순위 청약률이 42.8대1에 달했던 이 아파트는 총 1666가구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이었다.
사고는 29일 밤 늦은 시각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하 1층과 2층 슬래브가 무너졌는데, 붕괴 면적이 총 970㎡에 달한다. 특히 단지내 지면에 해당하는 지하 1층 지하주차장 붕괴면적만 830㎡로 사고가 대낮에 발생했다면 상당한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 있었다. 특별히 큰 하중이나 외력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의아한 사고라는 반응이다.
특히 해당 지하주차장 슬래브는 지난해 7월 콘크리트 타설과 시공이 진행된 바 있다. 붕괴 한 달 전부터 이틀 전까지 1m 수준의 토사를 성토한 후 보도를 설치하기 위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놀이터 구간의 초경량 EPS블럭을 시공했다. 즉 하중이 문제가 됐다면 흙 무게나 공사를 위해 오간 장비가 문제가 됐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한 대형건설사 아파트 현장 관계자는 “작년 여름에 타설을 한 뒤에 갑자기 슬라브가 툭 끊어졌다는 것인데 전조현상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흙 아래서는 하중이 분산되기도 하는데 흙 무게로 갑자기 끊어졌다고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자재를 불량으로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철근과 레미콘 등의 부착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광주 화정 이어 또 ‘무량판구조’… “시공능력 관건”
사고가 일어난 지하주차장은 보 없이 기둥에 슬래브가 바로 연결된 ‘무량판구조’로, 지난해 1월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와 같은 구조였다. 다만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시공중 슬라브를 떠받혀야 할 가설지주를 일찍 떼어내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게 주 원인이었다면 인천 검단 ‘안단테’의 경우에는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설한 지 한참된 지하주차장 1층 상부 슬래브가 끊어졌다는 데서 설계·시공상의 미비점이 의심되고 있다. 특히 무량판구조는 보가 없는 만큼 설계·시공상의 정밀함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설계나 시공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붕괴에 취약한 구조다. 슬래브 두께도 300mm로 상당히 두껍게 설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학계 관계자는 “설계를 할 때는 흙 하중은 물론 모든 건설자재 트럭, 장비 등이 오가는 하중까지 모두 설계에 반영한다”면서 “설계나 시공, 과하중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일단은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공공분양 입주예정자 “불안해서 살겠나, 재시공 검토해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15개월 만에 이른바 1군 건설사의 공사현장에서 또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단지 지면이 내려 앉아 조경, 보도 등이 더 조성된다면 추가적인 붕괴사고가 더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공공분양 입주예정자 사이에서는 시공사와 함께 발주청인 LH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가 절감을 강조했거나 신공법을 적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문도 제기한다. “공공분양이라고 날림공사를 한 것이 아니냐”, “입주 후였다면 얼마나 피해가 컸겠냐”, “당장 재공사를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상부는 벽식구조여서 기술적으로는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지 않지만,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경우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입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현재 아파트 시공현장의 경우 지역자치단체에 등록된 감리업체 중 순번을 정해 배정을 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또 공사 중 내내 감시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 번 감리를 한다고 부실 여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하청업체가 가설지주를 철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감리를 하는 사람은 구조, 안전에 대해서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인력의 문제, 인력 수준의 문제인데, 저가입찰, 저가수주로는 이 과정을 철저히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GS건설은 시공 단계에 앞선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의 배근량이 적었거나, 하중 계산에서 미비점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은 발주처에서 넘어선 설계 도서를 기본으로 진행된다”면서 “현재 구조계산서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시공 쪽에서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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