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최고 반영웅적 동물 ‘로켓’의 과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하 <가오갤3>)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한국을 찾은 제임스 건 감독은 이 시리즈에 대해 “크지만 작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케일은 크지만 선 굵은 플롯보다는 인물들간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는 이야기라는 의미였다. 3일 개봉하는 시리즈 완결편 <가오갤3>은 감독의 설명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나온 마블시리즈 가운데 가장 다정한 이야기로 남을 듯하다.
“나는 괴물이야.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아.” 영화가 시작되면 로켓은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흘러나오는 라디오헤드의 ‘크립’을 흥얼거린다. 이제부터 시작될 영화는 로켓이 왜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괴물이 되었는가를 보여주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오랜만에 평화를 즐기는 가디언즈 본부에 황금색 외계인이 달려들어 마을을 초토화시킨다. 소버린족 사제 아이샤의 아들 아담 워록(윌 폴터)이다. 네뷸라(카렌 길런)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가 큰 부상을 입으며 가까스로 아담을 제압하지만 로켓(목소리 브래들리 쿠퍼)이 치명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48시간 안에 로켓에게 심어진 칩의 비밀번호를 풀지 않으면 로켓은 죽는다. 가디언즈팀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로켓을 만든 오르고 본부로 우주선의 좌표를 설정한다.
로켓은 마블의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 가장 반영웅적 인물, 아니 동물이다. 도둑질을 밥 먹듯 하고 시니컬하며 열등감 가득하고 때로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투덜거리면서도 동료들을 구하는 데 앞장 서고 문득문득 슬픔과 고독의 눈빛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마블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가오갤3>은 1, 2편과 <어벤져스> 등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로켓의 탄생과 역사를 온전하게 재구성한다.
아기 시절 로켓은 동물을 대상으로 불법 유전자 실험을 하는 오르고에 잡혀간다.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은 뒤 더럽고 어두운 철창에 갇혀 고통받던 로켓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 위로받는다. 하지만 실험이 끝나고 죽을 위기에 처하자 친구들과 도주를 시도하다 발각돼 친구들이 모두 죽는다. 로켓이 냉소적이고 슬픔을 지니게 된 연유다.
로켓을 실험한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는 완벽한 종족을 만들어 완벽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인 미친 과학자. 재미있는 것은 온갖 실험 끝에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세상 ‘카운터 어스’는 1960년대의 지구와 너무나 흡사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마약과 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그는 이곳을 절멸시키고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로켓을 잡아와 다시 완벽한 종족을 만들고자 한다.
가디언즈팀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태로운 모험을 하면서도 여전히 깨방정과 옥신각신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피터(크리스 프랫)는 살아 돌아왔지만 자신과 사랑했던 기억을 잊은 가모라(조 샐디나)에게 구애하다 다른 팀원들에게 망신을 당하고 드랙스는 자신이 멍청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멍청한 말을 쉬지 않는다. 하지만 1편 때 보였던 오합지졸 팀워크에 비하면 3편에서 가디언즈팀은 훨씬 더 끈끈하고 애틋하다. 이들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흐뭇할 수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시리즈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떨어지고 너무 훈훈해진 온도가 아쉬울 듯도 하다.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비스티보이즈의 ‘노 슬립 틸 브루클린’에 맞춰 가디언즈팀 전체가 오르고의 무장세력과 한 판 펼치는 격투신. 이외에도 <가오갤3>에는 전작들보다 많은 노래들이 삽입되어 흥을 돋운다. 특히 전편들에서 ‘귀여움’ 담당이었던 그루트가 3편에서는 ‘열일’하는 절대 강자로 거듭난다. 첫 쿠키 영상에는 몇몇 멤버가 팀과 이별하고 새로운 길을 떠난 다음, 새롭게 구성된 가디언즈팀의 멤버들을 보여준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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