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붕괴로 거리에 널린 시신···“수단 난민 80만명 발생 가능성”
“약이 없어 죽는 환자들을 보느니 차라리 공습으로 죽는 게 낫다. 우리는 몹시 지쳤고 이런 식으로 계속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단 하르툼에 남기로 결정한 한 의료진은 병원 현장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총상·자상 등 응급 처치를 하기 위해 병원을 다시 열었으나 산모와 신부전·당뇨 환자 등까지 몰려오고 있다. 하르툼에서는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교전으로 인해 물, 전기, 의약품 공급이 어려워진 지 오래다. 그는 “사람들이 매일 죽어나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수단 군벌 간 무력분쟁이 3주차에 접어들며 민간인 희생이 ‘인도적 재앙’ 수준으로 번졌다. 의료체계가 붕괴해 거리에 시신이 넘쳐나고, 대규모 난민 발생 위기까지 거론된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CNN에 따르면, 수단의사협회는 “길에 널린 시신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적 재앙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급이 끊기면서 사람들이 나일강에서 직접 물을 떠다 마시는 바람에 심각한 질병 사례가 급증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의료체계는 사실상 붕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르툼 내 병원의 16%만이 제 기능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병원들은 전투 중 직접적인 공격을 받아 대부분 폐쇄됐다고 경고했다. 국립연구소와 19개 병원은 군벌에 점거됐다. 구급차도 공격 대상이 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피란길에서 탈수로 숨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나마 문을 연 병원 역시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처치만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보낸 의료품 8t이 지난달 30일 포트수단에 도착했지만, 하르툼, 다르푸르 등 전투가 치열한 곳으로까지 수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ICRC는 밝혔다.
수단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수단발 난민 위기가 도래하리란 우려도 커졌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하르툼에서는 4만명 이상이 탈출했으며,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차드에는 수단인 2만명 가량이 입국했다. 하르툼과 다르푸르, 옴두르만 등지를 떠난 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건너가기 위해 홍해 연안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모여들며 포트수단은 사실상 임시 수도가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는 “80만명 이상이 수단을 벗어나 이웃국으로 향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수단 난민들이 인접한 이집트, 차드 등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향후 유럽 역시 이들의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디언은 “시리아나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처럼 불가피하게 이들은 유럽까지 오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군과 RSF는 지난달 30일 휴전에 한차례 더 합의했지만 각지에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볼케르 페르테스 주수단 유엔 특사는 양측이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화할 의향이 있으며, 이때 대화의 초점은 전면적 휴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최근 “대화의 여지는 있지만 조건은 (RSF를 향한 공격 없이) 휴전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BBC에 밝힌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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