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된 오리지널 고지혈증약 고집하는 MZ 교수…"가장 안전하니까"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 01학번이다. 40대 초반인 그는 요즘 유행하는 'MZ세대'에서 M(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의료진이다. 비교적 젊은 그가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고집하는 약이 있다. '아토르바스타틴'. 대중에게는 상품명 '리피토'로 더 익숙하다. 1999년 국내 도입 이후 올해 출시 25주년을 맞았다. 처음 물질이 합성된 1985년으로 계산하면 나이는 더 많아진다. 38살이다.
특허는 지난 2009년 진작에 만료됐다. 국내에서만 100개 이상 복제약이 난립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한때 120억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 명성이 국내에서는 여전하다. 지난해 약 2000억원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1위를 유지했다.
강 교수는 아토르바스타틴을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의료진 중 하나다. 특허 만료 이후 수많은 복제약과 복합제가 나왔지만 오리지날 약을 여전히 처방하는 이유를 강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스타틴 제제 중에서도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죠. 이상지질혈증 환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스타틴으로 치료 효과는 확실하게 보면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이점이 있어요."
이상지질혈증은 '고지혈증' 또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는 용어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혈관에 기름때가 끼는 병이다. 강 교수는 "수도관을 오래 쓰면 물때가 끼듯 혈관도 오래 쓰면 기름때가 쌓이는데, 이를 가속시키는 게 이상지질혈증이다"고 설명했다.
기름때가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쌓이면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생명에 위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로 노화로 발생하는 병이지만 최근 젊은 인구에서도 유병률이 늘었다. 2020년 기준 30대 이상 남성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1.4%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수치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 교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다음은 '스타틴' 제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다. MSD가 '로바스타틴'을 처음 개발한 이후 스타틴 약물이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협심증이나 뇌졸중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여러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스타틴 계열 약물이 환자의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 단일 약물에 '에제티미브'라는 제제를 섞은 복합제가 개발돼 여럿 출시됐다.
강 교수는 스타틴 단일 치료만으로도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근간은 아주 오래됐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약제인 스타틴"이라며 "1차 치료제로 스타틴을 가장 우선적으로 처방하는데 대부분은 스타틴 치료만으로 LDL-C 수치가 충분히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존에 약을 먹지 않던 환자가 아토르바스타틴 같은 강한 스타틴 치료를 받으면 약 50% 정도 LDL-C 감소 효과를 본다"며 "굉장히 강력한 수치 조절이 필요하거나 아토르바스타틴 단일 복용으로 목표 도달에 실패한 경우에만 추가 약제를 사용한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당뇨 걱정 때문에 스타틴 약물 복용을 여전히 꺼리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요즘 많은 환자가 이상지질혈증 약 복용 시 당뇨병 위험이 커질까 많이 걱정한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복용 시 혈당이 약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보다 LDL-C를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혈당이 상승할까 걱정돼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 전문 분야는 관상동맥질환이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병이다. 관상동맥 협심증으로 그를 찾는 환자가 많다. 한 40대 젊은 환자는 관상동맥 70%에서 협착이 발견됐다. 스텐트 시술을 진행해야 하지만 꾸준히 스타틴을 복용한 결과 관상동맥 협착이 호전됐다. 강 교수는 "몸 안에 스텐트를 넣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약만으로 호전돼 건강해진 사례가 가장 기분이 좋다"며 "모든 환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아토르바스타틴만으로 동맥경화가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도중에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증상이 좋아졌기 때문에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눈이 나빠져 안경을 썼는데 눈이 잘 보인다고 안경을 다시 벗지는 않는다"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다. 약을 끊으면 수치는 다시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 의료진은 전 세계 최고로 유명하다. 강 교수는 세계 최고의 심장내과의인 박승정 교수 등 선배 의료진과 호흡을 맞추며 활약하고 있다. 주니어급임에도 관상동맥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에 강연자로 서기도 했다. 2020년에는 박덕우·김대희 교수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승모판 역류증 치료 시술을 해냈다.
강 교수는 "저희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급성 심근경색증이다. 갑자기 잘 지내시던 분이 쓰러져서 돌아가시는 것"이라며 "관상동맥 질환을 더 빨리 발견해 예방하고 환자가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진단법과 치료법을 발견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20~30년 후 환자가 심근경색증을 겪지 않고, 미리 치료하고 관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프로필]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200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뒤 2016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내과 임상조교수를 지냈다. 올해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부교수로 지내고 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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