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다누리의 美카메라, 지구 반사광으로 달 남극 찍었다
햇빛 없이 지구 반사광으로 표면 선명히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訪美) 기간 중 양국이 아르테미스 달 유인(有人) 탐사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벌써 달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한국형 달 궤도선(KPLO)에 실린 미국 카메라가 장차 아르테미스 우주인이 착륙할 달 남극의 다양한 지형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1972년 이래 중단된 유인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해 2025년 우주인 2명을 달 남극에 보내기로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한국 달 탐사선 다누리에 탑재한 섀도캠(ShadowCam)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들을 공개했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 5일 발사돼 같은 해 12월 26일 달 상공 100㎞의 원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다누리는 미국 섀도캠과 함께 한국 과학장비 5종을 실었다.
◇충돌구에서 돌이 구른 자국까지 촬영
나사가 공개한 첫 번째 사진은 달 남극에 가까운 섀클턴 충돌구(crater)의 벽과 바닥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해상도로 보여줬다. 섀클턴 충돌구 사진에 보이는 화살표는 가장자리 암석이 벽을 굴러 내려온 흔적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진을 통해 달의 암석 형태와 달 토양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섀도캠은 멀린 스페이스 사이언스 시스템(Malin Space Science Systems)과 애리조나 주립대가 공동 개발했다. 목적은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를 위한 사전 정보 수집이다.
나사는 지난해 11월 신형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로켓에 오리온 우주선을 장착해 발사하면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1호’ 임무를 시작했다. 오리온은 다음 달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당시 오리온에는 우주인을 대신해 마네킹이 실렸다.
나사는 2024년 아르테미스 2호로 달 궤도 유인 비행을 진행한 뒤, 2025년에는 인류 최초로 여성과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의 남극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3호를 추진한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달 유인 탐사가 반 세기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나사가 우주인의 착륙지로 달 남극을 선택한 것은 물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 남극에서 햇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 지역에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저장돼 있다고 본다. 물은 우주인을 위한 식수이자, 분해 산물인 산소와 수소는 우주인이 호흡하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다.
문제는 영구음영 지역은 햇빛이 비치지 않다 보니 기존 탐사선 카메라로는 관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섀도캠은 초고민감도 광센서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섀도캠 광센서는 기존 달 탐사선에 실린 것보다 민감도가 200배나 높다. 덕분에 지구에서 반사된 빛이나 달 표면의 높은 곳에서 반사된 햇빛처럼 세기가 아주 약해도 감지할 수 있다고 나사는 밝혔다.
◇센서 민감도 너무 높아 햇빛 비치면 불능
섀도캠은 달 남극의 영구음영 지역을 관찰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감도 시험 차 적도 지역도 촬영했다. 두 번째 사진은 적도 근처 브루스 충돌구 내부와 벽을 따라 흙이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마치 광채 같은 자국이 생긴 모습이 보인다.
섀도캠은 초승달이 뜬 직후 이 이미지를 촬영했다. 이때 달은 지구에서 얇은 눈썹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달에 있는 사람은 보름달처럼 꽉 찬 지구를 볼 수 있다. 보름달이 지구의 밤을 밝히듯, 둥근 지구도 달을 환하게 비춘다. 지구광(earthshine)은 달의 지형에 반사된 햇빛보다 밝기가 10분의 1에 그치지만, 섀도캠은 이런 희미한 빛으로도 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다.
세 번째 사진은 달의 산이나 충돌구 벽처럼 높은 곳에서 반사된 햇빛이 영구음영 지역을 비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남극에서 26㎞ 떨어진 마빈 충돌구의 가장자리를 보여준다. 다른 사진은 마빈 충돌구를 둘러싼 더 넓은 지역을 보여줬는데, 왼쪽 절반이 흰색으로 보였다. 햇빛을 바로 받는 곳이다. 섀도캠의 광센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이 많이 들어와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초승달 동안 달 비추는 지구 반사광
섀도캠은 달에 비치는 미약한 햇빛을 이용해 지면을 촬영하지만, 때로는 오로지 지구에서 반사된 빛을 이용하기도 한다. 마지막 아리스타르쿠스 충돌구 중앙 봉우리(왼쪽)를 보여주는 사진은 지구광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달이 낮에 햇빛을 바로 받으면 섀도캠이 무용지물이 되지만, 만약 우주인이 밤에 달 표면을 돌아다니면 지구광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아리스타르쿠스 충돌구 중앙 봉우리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당시 지구가 지평선보다 35도 위에 있어 생겼다.
앞서 다누리에 실린 한국 카메라도 달 표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달 12일 다누리가 촬영한 영상을 홈페이지(https://www.kari.re.kr/kplo/)에 공개했다. 다누리는 3월 22일 달 뒷면의 치올코프스키 충돌구를 촬영했으며, 3월 24일에는 슈뢰딩거 계곡 지역과 실라르드 엠 충돌구 지역을 촬영했다.
사진들은 모두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LUTI)가 촬영한 것이다. 달 지표의 충돌구와 크안쪽 봉우리 등 자세한 형상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NASA, https://www.nasa.gov/feature/nasa-s-shadowcam-images-lunar-south-pole-region
한국항공우주연구원, https://www.kari.re.kr/kplo/mult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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