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미 하원의장,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미 의회 연설 제안…‘바이든 패싱’ 논란
사법개편 우려 표한 바이든과 각 세워
‘지지율 정체’ 바이든 고민 깊어질 듯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과 의회 연설을 전격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 강행에 난색을 보이며 공식 초청을 꺼리는 틈을 타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이 먼저 초대장을 날린 것이다. 미국 안팎에선 ‘백악관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정책을 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사이 미 공화당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 사격하며 밀착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화당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 내각 강경파 목소리가 커질수록 미 정부의 중동 정책은 꼬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설하고, 이스라엘 우파 매체 <이스라엘하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라며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를 하원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개편 강행을 비판하며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초청을 주저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암묵적인 도전장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매카시 의장은 네타냐후 총리 초청과 관련해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초당적 회의를 열겠다고 설명했는데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을 무시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민주당 집권 시절엔 파열음이 나곤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던 2015년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이란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성사시켰는데, 이란과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은 “몹시 나쁜 협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때 이스라엘 총리는 다름 아닌 네타냐후 총리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갈등이 고조되던 2015년 2월,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행정부 승인 없이 네타냐후 총리를 의회에 초청하는 강수를 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 의례를 지켜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를 막으려 했지만, 결국 미 의회 연설은 성사됐고 네타냐후 총리는 그 자리에서 “이란은 북한처럼 핵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매카시 의장은 크네세트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안을 옹호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이스라엘 사법부가 어떤 형태를 갖춰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주체는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법개편 속도 조절을 주문한 미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국이지만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공화당의 밀착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답보를 겪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공화당은 미국 내 유대인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해 친이스라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와 긴밀한 관계를 조성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공화당 강경파와 가까워질수록 이스라엘 극우 세력에 힘이 실려 중동의 반미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셰이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오는 5일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중동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의 공공의 적이 되면 미국 정부가 구축했던 중동 내 친미 라인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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