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에 '또' 공사 중인 현장이 와르르...전문가가 본 이유는
#.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쯤. 인천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 주민들은 크게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경비원이 먼저 소리가 나는 현장을 찾았다. 지하주차장 구간 지하1층 상부 슬래브와 지하 2층 상부 슬래브에서 붕괴가 발생한걸 확인했다. 콘크리트 타설과 성토 등 주요 공정이 마무리된 주차장이었다.
공사현장에서 와르르 건물이 무너지는 일이 '또' 일어났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차장에서 지하 1·2층 지붕층 상부 구조물 총 970㎡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늦은 시각이었기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는 총 964세대 규모로 지난 2021년 5월에 착공했다. 공정률 67%로 올해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해 1월 HDC 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던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1년3개월여만이다. 건설현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현장에 여전히 존재하는 '안전불감증'을 이유로 꼽는다. '원칙'만 지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시공사인 GS건설과 발주청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파악중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붕괴부 대부분이 무량판 구조 부위라는 것 △사고 당일 오전 지하주차장 상부에서 흙을 붓는 성토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 등이다.
무량판 구조는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위층 수평 구조인 '슬래브'를 기둥이 지탱하도록 이뤄진 건물 구조를 말한다. 보가 없는 만큼 층고를 높게 할 수 있지만 충격에 더 취약한 편이다. 지난해 1월 공사 중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무량판 구조'였다.
무량판이 무너졌지만,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공교롭게 같은 데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무량판 구조는 나름대로 구조의 안전성과 장점이 있는데, 몰라서 그런 게 아니고 알면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가 문제가 있는건 아니고 안전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래서 더 관리감독이 필요한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성토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고, 도자기처럼 슬래브가 쨍그랑 깨진 흔적이 있고 콘크리트와 철근이 분리된 모습도 목격되는데 콘크리트가 튼튼하지 못하고 철근 연결도 제대로 안 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뿐 아니라 이같은 공법을 쓴 곳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공법으로 한 현장은 다시 확인하고 불안감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입주 전에 무너져서 하늘이 도운 것으로 보인다. 입주 후에 무너졌다면 지하에 있는 주민들은 압사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면서 "설계단계의 전문성 부족과 설계 문제로 인해 시공 안전관리 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 등을 다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감리제도는 여전히 형식적이다. 감리가 이상 신호를 발견하고 발주처와 시공사에 보고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조다. 공기가 지연되면 감리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진단을 다시하고 다른 사업장도 살펴보겠지만 공신력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며 "분당 정자교도 문제 없다고 민간에도 진단했지만 무너진 케이스"라고 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갖춘 시공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품질관리와 안전관리 등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현장이 많고, 그 기본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김규용 교수는 "기본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일어나는데, 제도나 규정이 없어서 그런것도 아니다"라며 "작은 실수들에 무감각해지고, 처음부터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원가압박도 근본적 사고원인으로 꼽힌다. 원가절감 과정에서 품질이나 안전이 희생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조파업 등으로 공기가 미뤄지고 건설현장 주변 민원이 발생해 '보이지 않는 비용'이 늘어나는 게 '기본'을 충실히 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검단신도시 사고 현장 사진에 대해 "철근이 특정한 부분에 혹시 사고가 난다해더라도 무량판은 매달려있어야하는데, 구조적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와르르 무너졌다는건, 기본적인 부분이 잘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근본적으로 안전수칙, 시공과정 등 '원칙'을 안지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사한 사고들이 반복된다는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관계되는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시공하는 현장에선 문제가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문제인데,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런 부분들을 짚어야한다"며 "안전불감증이 원인인 사고가 너무 자주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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