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태영호 녹취록 파장, 野 "당무개입" 맹공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대일관계 옹호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진복 수석은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제가 관여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안 한다”며 “저한테 의견을 물어서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 공천을 주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 최고위원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5.2 연합뉴스

　두 당사자의 해명에도 녹취록이 공개된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당무 개입”이라며 맹공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분명한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태 의원 지역구인 강남갑은 국민의힘 절대적 우세 지역으로 공천 여부가 재선 여부와 직결되는 곳”이라며 “당근을 주면서 좀 더 열심히 뛰라고 채찍질하는 대통령실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실상은 ‘당무수석’의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라며 “이 수석은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차원 대응은 하지 않겠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이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묻자 “(태 최고위원이 공천 관련 발언은) 없다고 했다. 본인이 과장한 것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고, 김웅 의원도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며 “태 의원이 거짓말한 것이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썼다.

　앞서 MBC가 보도한 녹취에 따르면 태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3월9일 보좌진들과의 회의에서 “(이 수석이)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돼”라면서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