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40년 추억하고, 미래 그렸다…국내 프로스포츠 최초 ‘명예의 전당’ 의미+감동 모두 잡았다 [SS현장]

김용일 2023. 5. 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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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진행된 K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식에서 영광의 헌액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순호 수원FC 단장,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박태준 포스코 명예 회장(아들 박성빈 대리수상), 김정남 전 감독(손자 김민석 대리 수상),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이동국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의미와, 웃음, 감동이 공존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40주년을 기념해 올해 신설한 ‘K리그 명예의 전당’이 마침내 첫발을 뗐다.

선수 부문 초대 헌액자로 선정된 최순호(61·1세대) 수원FC 단장과 홍명보(54·2세대) 울산 현대 감독, 신태용(53·3세대)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이동국(44·4세대)은 2일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리그 명예의전당’ 초대 헌액식에 참석해 “영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이 1세대 헌액자로 선정된 뒤 손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회택 OB축구회 회장이 최순호에 대한 추천사를 하고 있다.


1세대 선수 부문에 헌액된 최 단장은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활약, K리그가 출범한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포항제철과 럭키금성에서 활약, 통산 100경기를 뛰며 23골19도움을 기록했다. 1984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1986년엔 포항제철의 우승을 이끌었다.

명예의 전당 추천인으로 나선 ‘선배’ 이회택 OB축구회 회장은 “최순호는 우리 축구사에 한 세기 한 번 나올까 싶은 걸출한 공격수였다. 선수에게 큰 키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늘씬한 체형의 청년에게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다”고 더듬었다. 최 단장은 “가슴 벅찬 이 순간 운동장에서 함께 뛴 선후배 동료가 아련하게 생각이 난다”며 헌액을 기뻐했다. 그의 손자가 무대에 올라 꽃다발을 전하기도 했다.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2세대 헌액자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홍명보 감독에 대한 추천사를 하고 있다.


2세대 대표로 뽑힌 ‘영원한 리베로’ 홍 감독은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한 1992년 첫해부터 리그 우승, 베스트11, MVP를 석권했다. K리그 통산 156경기 14골8도움을 기록한 그는 월드컵도 4회(1990 1994 1998 2002) 출전했고 주장 완장을 단 2002년 한·일 대회에서는 4강 신화 주역으로 뛰며 브론즈볼까지 받았다.

추천인으로 나선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난 (프란츠) 베켄바워를 좋아했다. 한국에서 가장 닮은꼴이라고 할 선수가 홍명보다. 수비수로 탁월한 기술과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를 이끄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떠올렸다. 홍 감독은 “1983년 슈퍼리그로 시작했을 당시 동대문운동장에서 볼 보이를 했다. 경기를 보며 저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몇 년 후에 이뤄냈다. 지금까지 받은 상 중 가장 의미 있는 상”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3세대 헌액자로 선정된 뒤 추천사를 한 아들 신재원(왼쪽)-신재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세대 대표로 선정된 ‘그라운드의 여우’ 신 감독은 성남 일화(현 성남FC) ‘원클럽맨’으로 K리그에서만 6회 우승을 달성했다. 2003년 K리그 최초 60골-60도움을 기록한 그는 통산 401경기를 뛰며 99골68도움을 해냈다. 추천인으로 나선 건 현역 K리거인 신재원(성남) 신재혁(안산) ‘두 아들’이다. 신재원은 “아버지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끼고 있다. 개막전에서 골 넣었을 때 팬이 아버지 이름을 넣은 응원가를 불러줬다. 아버지가 실력에 비해 골 세리머니는 소박했는데, 실력과 골 세리머니까지 아버지를 넘을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신재혁은 “아버지가 단 하나 아쉬운 건 99골을 넣고 은퇴한 게 아닐까 싶다. 통산 100번째 골을 필드골로 넣겠다는 팬과 약속을 지키려고 페널티킥을 안 찼다고 하시더라. 나중엔 ‘찰걸’ 후회하셨다고 들었다. 난 페널티킥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도 K리그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 있게 도움을 주신 박종환 감독, 돌아가신 차경복 감독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이 2일 4세대 헌액자로 선정된 뒤 자녀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4세대인 ‘라이언킹’ 이동국은 1998년 포항에서 데뷔했고, 2009~2020년까지 전북 소속으로 팀이 K리그 대표 구단으로 거듭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K리그 8회 우승을 경험한 그는 통산 548경기를 뛰며 228골 77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최다 득점과 최다 공격 포인트,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했다. 추천인으로 무대에 오른 최태욱 프로연맹 기술위원은 “이동국 선배는 1990년대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당시 크로스만 올리면 이동국 선배가 슛한 기억이 난다”며 존경심을 보였다.

이동국은 “포항에서 태어나 프로 생활했지만 이 상을 받게 된 건 전북에서 활약 때문이라고 본다. 이 자리에 오르게 해준 최강희 감독께 감사하다. 전북은 지난 10년간 늘 우승을 바라보는 팀인데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다. 선수와 코치진, 팬 모두 힘을 모아서 다시 올라갈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현재 성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정팀에 애정을 보였다. 그는 아내 이수진 씨를 비롯해 첫째 딸 재시, 막내 아들 시안과 자리했다. “막내 시안이가 요즘 축구에 빠져 있다”고 웃은 이동국은 “내가 선수 생활할 땐 기억 못 하고 유튜브로만 보고 있다. 아빠가 이렇게 프로로 성공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할 날이 와서 감사하다”고 했다.

명예의 전당 지도자 부문엔 1989년 유공, 2005년 울산의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 사령탑으로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지휘한 김정남 전 감독이 선정됐다. 또 공헌자 부문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뽑혔다. 박 회장은 1973년 포항제철 축구단 창단, 1990년 한국 최초 축구 전용구장 포항 스틸야드 건립 등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했다.

이날 헌액식엔 헌액자와 가족 뿐 아니라 축구 원로, K리그 40년에 이바지한 전·현직 K리그 관계자가 모여 옛 추억을 그리면서 리그 현안에 대해 견해를 주고받아 의미를 더했다.

위원석 선정위원장이 헌액 절차를 소개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위원회는 40주년을 기념해 10년 단위 세대별 15명씩 후보군을 구성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팬과 기자단, 구단 대표 및 감독, 선정위 투표를 각 25% 반영해 선정했다. 향후 2년마다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초대 선정위원장인 위원석 스포츠서울 전 편집국장은 “K리그 명예의 전당이 40년이 넘는 리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제고하는 훌륭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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