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아이유 "가수·배우 병행, 삶의 윤활제"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가수 아이유'로 시작한 이름 옆에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사실상 스크린 데뷔작이었던 '드림'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아이유다.
한국 영화의 연이은 부진 속 영화 '드림'(연출 이병헌 감독·제작 옥토버시네마)이 개봉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대중에게 선보인 스크린 데뷔작은 '브로커'였으나, 사실 아이유에게 먼저 찾아온 작품은 '드림'이었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개봉은 시기상 이렇게 됐지만 첫 크랭크인은 '드림'이 먼저 했다. '드림'을 찍다가 중간에 '브로커'를 찍고, 다시 '드림'을 마무리했다. 제 장편 영화 중에는 두 번째 개봉"이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드림'의 첫인상에 대해 아이유는 "4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제가 그때쯤 드라마상으로 어둡고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연달아하고 있었다. 사연 없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그때 들어온 게 '드림'이었다"며 "소민이는 진짜 사연이 없다. 영화상으로 드러나는 사연이 가장 적고, 전사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 당시엔 그런 걸 찾고 있었다. 소민이를 촬영하면서 저라는 사람 자체가 심플하고 밝아지지 않았나 싶다. 제가 그런 부분에 영향을 받는 타입이더라. 소민이를 찍으면서 알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드림' 속 소민 PD는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초반부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다소 속물적인(?) 모습도 드러나지만, 결국 이들에게 차츰 녹아든다.
작품의 전반부와 중후반부에 달라지는 소민의 모습에 대해 아이유는 "초반부는 소민이가 가식적이고, 마음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고만 한다. 최대한 말빨과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대한다. 소민이는 스스로를 '열정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소민이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열정에 비해서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방어기제처럼 '나는 열정이 없어. 돈 벌려고 하는 거야'라고 일부러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런 소민이에게 홈리스 월드컵 팀이 열정을 불어넣어 준 거다. 사람들에게 자기 얼굴을 드러낼 정도로 편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초반부, 후반부의 소민이 모습을 다르게 신경 썼다.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다. 점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소민이를 완성하기까지 이병헌 감독의 '철저한' 디렉팅이 있었다. 특히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말맛'을 살린 대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이유 역시 이러한 대사를 살려내면서, 빠른 템포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아이유는 "초반에는 대사 템포를 잡는 게 아주 어려웠다. 코미디 자체의 호흡감도 있는데 이병헌 감독님 현장 자체가 스피디했다. 저 말고 다른 분들은 보통 여러 번 호흡을 맞춰보신 분들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저만 호흡을 조금 못 따라가는 것 같아서 조금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드림'은 이병헌 감독님의 만족스러운 '오케이'를 받아야 다음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저는 톤을 찾아가는데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며 "'오케이'가 난 후엔 감독님의 계획하에 있었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걱정은 훨씬 적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에 대해 "대사에 워터마크가 '딱' 찍혀있는 느낌이다. 그 느낌 그대로 감독님 자체도 유쾌하고, 쿨하고, 시니컬했다"고 전했다.
아이유는 '드림' 속 소민 PD를 통해 자신의 모습도 돌아봤다. 소민 PD와 싱크로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이유는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저도 소민이처럼 욱할 때가 있고, 저도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사회에서의 얼굴과 집에서의 얼굴이 다른 부분도 있다"며 "그런 것들이 접근하기 어렵진 않았다. 저랑 다르다고 느꼈던 건 크게 없었다. 이해가 안 된 행동도 없었다. 저처럼 승부욕도 있고, 열정도 있고, 상처도 받고, 리더십도 있는 그런 캐릭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소민 PD처럼 아이유에게도 '열정 현타' 순간이 찾아왔었다. 아이유는 "길진 않았다. 저는 결국엔 일이 재밌어서 아무리 그 시기가 길어도 심심해서 일을 찾게 되더라"며 "일만큼 제 피를 돌게 하는 건 잘 없다. 물론 슬럼프도 있고, 번아웃도 간간히 있지만 그게 길어지게 두는 타입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20대 초반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갑자기 무대가 너무 무섭고, 무대에 서면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28살 땐 '드림'을 찍으면서 약간의 무력감도 있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며 "저는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번에 겪는 슬럼프게 제 인생의 첫 슬럼프는 아닐 거다. 이미 제가 한 번 무찔렀던 감정이기 때문에 그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데 일기가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유는 배우로도, 가수로도 '커리어 하이'를 찍은 이다. 다만 두 영역을 모두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흔들릴 순간도 있을 터다.
그러나 아이유는 단호히 "제가 느끼기엔 크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가수 활동을 할 땐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 스태프분들한테 뭔가 요청을 드린다. 스태프들도 저한테 질문을 한다. 연기를 할 땐 제가 여쭤보고, 질문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즐거움이 각각 다르다. 각자 영역의 일을 할 때 충족되는 게 있고, 시너지가 상호작용되는 것 같다. 오히려 일을 병행하는 게 윤활제가 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유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에 가까운 것 같다. 부담이라고 한다면 그 부담을 조금 즐기는 편인 것 같다"며 "외부적인 시선을 다 제외하더라도, 저 스스로 어느 정도 부담이 있을 때 능률이 더 나오는 편이다. 마음이 너무 편하고, 아무도 나한테 제한을 두는 게 없는 것보단 데드라인이 있을 때 결과물이 훨씬 빨리 나온다. 그런 부담은 이롭게 적용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이유는 "전 요즘 그렇게 큰 목표를 두고 살진 않는다. 하루하루 저한테 주어진 스케줄을 마친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힘들더라"며 "근데 예정된 일정을 다 마치고 집에 들어갔을 때 그 성취가 하루하루의 골(Goal)인 것 같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또박또박 해내는 게 요즘 매일매일의 목표"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