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간호사법 반대’ 의료계 총파업...응급구조사⋅전공의도 참여
의협 병협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정부 “의료현장 지켜달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를 제외한 주요 의료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달 1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총파업에는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현장에서 진료하는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민간 응급구조사도 동참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13개 의료 관련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달 3일과 11일 단체로 연차를 내고 집회를 참여하는 연가투쟁과 단축 진료(부분파업)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대에는 의협, 치과의사협회, 방사선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병원협회, 응급구조사협회, 요양보호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등이 참여한다. 3일에는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요양보호사 등이 파업에 참여하고, 11일에는대한치과의사협회도 동참한다.
부분 파업은 각 직역에 따라 1~3시간씩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명이 달린 응급환자를 다루는 응급구조사의 경우, 1시간 정도 운행을 중단하고 피켓 시위를 한 후 업무에 복귀하는 식이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협회장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필수 응급구조차량을 현장에 남아있을 예정이다”라며 “간호법 통과에 따른 소수직역들의 피해와 절실함을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분 파업에 간호조무사들만 참석하고 대표원장 혼자 병의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3일과 7일 부분파업과 달리 17일 총파업에는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학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대학병원교수협도 참여하기로 했다.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하는 대학병원 의료진이 파업을 하게 되면, 그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협의회와 대학병원 교수협의회에서는 비대위 로드맵에 적극 따른다고 했다”며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파업 범위와 방법은 (아직)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가 3일, 11일, 17일을 파업일로 정한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법안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15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매주 화요일(9일,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박 위원장은 “총파업을 하기 전인 9일, 또는 16일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 단체 반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6일째 단식 중이고,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3일 단식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정부는 이런 단체 행동이 의료 현장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제3차 긴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의료현장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연대는 간호법 통과로 각자의 전문 직역이 간호사들에게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의협은 이 법에 있는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 단독 개원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응급구조사는 간호사들이 1급 응급구조사 자리까지 넘본다고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는 간호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직역이 있고, 환자 치료는 이런 직역들이 서로 협력해야 가능한데, 야당에서 간호사와 나머지 직역을 갈라치는 법을 만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민수 차관은 전날(1일) 라디오에서 “간호법이 부모 돌봄에 좋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돌봄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간호사 의사들이 함께 일해야 하는데, 간호사 혼자 돌봄을 하겠다는 것은 의료 돌봄의 큰 취지와 배치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계 저항도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간호계가 간호법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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