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 강양현 감독 “축구·야구 등 변칙 전술 보며 공부했죠” [SS인터뷰]
축구 등 타 종목 전술 공부해 전국대회 성과 내
韓 3X3 대표팀 감독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스포츠서울 | 광주=황혜정기자] “축구, 야구 등 다른 종목들의 변칙적인 부분을 좋아한다.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다.”
강양현(41) 조선대학교 농구부 감독 겸 대한민국 3X3 농구대표팀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강 감독이 이룬 성과 뒤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달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속 주인공 양현(안재홍 분)의 실존인물인 강 감독을 스포츠서울이 만났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인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준우승 쾌거를 이룬 과정을 담은 감동 실화다.
강 감독은 “영화 속 내용은 부산 중앙고등학교 코치로 있던 8년 정도의 시간이 압축된 것”이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26살이던 2006년 임시 코치로 시작해 공익 근무를 마치고, 28살이던 2008년 부산 중앙고 정식 코치가 됐다.
“처음 5년이 지도하기 가장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학부형 관리도 많이 힘들었다.”
젊은 나이에 부임해 열악한 환경의 농구부를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화는 2012년 전국대회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리는 데 강 감독은 “그때가 그나마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2012년 전국대회 출전 선수 6명 중 한 명인 정진욱이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잔여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6명만 있던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대체 선수가 없었다. 강 감독은 “그저 그 순간을 부딪혔다. 2011년 대회 8강에서 용산고등학교를 만났는데,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1점 차로 졌다. 그래서 해보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도 (정)진욱이 다쳐 그 당시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2011년 춘계대회에선 8강 진출을 이뤄냈다. 당시 8강에서 용산고를 만나 아쉽게 진 것이다. 2012년 전국대회 준우승 기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부산중앙고는 2012년 허훈이 뛰고 있는 용산고에 결승전에서 석패한다.
강 감독은 당시 준우승 비결로 선수들의 근성과 전술을 꼽았다. “선수들이 근성도 있고, 승부욕도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었고, 자신감을 북돋고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무리뉴 감독이 ‘스페셜 원’이라고 불리며 인기가 높았는데 그를 보며 축구 전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며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강 감독은 “축구에선 선수 한 명이 부상 치료를 받으려면 그라운드 밖으로 나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두 명이 넘어져 있으면 그라운드 안에서 치료가 가능하더라. 그런 것을 순간순간 인터벌(중간 휴식)을 만드려고 했다. 경기를 우리쪽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을 많이 짰다. 선수들도 그 부분을 많이 이해하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2012년 전국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기 직전 경기인 4강전에선 허재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강 감독은 “당시 전략을 짤 때까지 짰는데 잘 안나오더라. 그래서 허재윤에게 하프코트 쪽으로 나와있으라 했다. 천기범에 수비 둘이 달라붙으면 샷클락이 가까이 왔을 때 슛을 쏘라는 지시를 했다. 그런데 그 슛이 들어갔다”며 미소지었다.
강 감독은 “전국대회에서 했던 경기들이 전략을 짠 대로 그래도 다 됐던 것 같다.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천천히 해’, ‘밀어줘야 해’, ‘버텨줘야 해’ 이 세 가지 말을 선수들이 잘 이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재윤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 시기에 대해 ‘밋밋한 내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줬다’고 했는데 고맙더라. 많이 눈에 밟힌 제자인데 참 잘 컸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의 코치 시절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그는 “매일이 시트콤이었다. 일상생활이 영화 속처럼 항상 반복됐다. 선수들 데리고 영화도 많이 보러 다녔다. 바다도 자주 가고 소소한 이벤트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영화 초반에 보면, 부족한 선수를 모으기 위해 발로 뛰는 장면이 나온다. 강 감독은 “전화는 영화 속보다 더 많이 했다. 더 많은 학부형들에 전화를 돌리고, 더 많은 선수들을 경쟁 학교에 뺏기고, 더 많이 슬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될 일을 억지로 열심히 했다. 당시 내 마음 속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나를 믿고 운동을 시작한 아이들에 대학을 책임지고 보내야한다는 마음이 정말 컸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2019년 모교 조선대학교에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4년 차 대학 농구부 감독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좌절도 많이 했지만, 잘 버티고 가고 있다”며 웃었다.
대학교 농구부 선수들의 최대 고민은 바로 ‘뭐 먹고 살지’다. 강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선수들에게 ‘제2의 삶’을 대비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강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다 농구로 성공하진 못한다. 선수들에 항상 ‘제2의 삶’도 중요하다는 걸 주지시킨다. 자격증이라던지 밥 먹고 살 수 있는 부분은 선수들에게 충분히 협조해주고 있다. 밥을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강 감독은 2021년 4월 ‘대한민국 3X3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에 임명돼 지난해 열린 ‘FIBA 3x3 아시아컵 2022’에서 4년 만에 8강 진출이란 쾌거를 올렸다. 올해 열린 아시아컵에선 메인 드로우 진출엔 실패했다.
“올해 결과가 아쉬웠다”는 강 감독의 시선은 이제 오는 9월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향해있다. 강 감독은 “국가대표는 뜨거운 자리고, 책임감이 있는 자리다. 어떤 선수가 발탁이 되든 우승을 위해 가야한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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