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분신 사망에 국민의힘 침묵···민주·정의당 “윤석열 정부 노조 탄압이 부른 참극”
여야는 2일 검찰 수사에 항의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 끝에 사망하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애도 없이 ‘노조 때리기’를 계속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공식석상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모씨의 전날 분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양씨는 노동절이던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했고 이날 오후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고인은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는 유서 형식의 편지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건설노조를 비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건설 현장은 노조의 불법이 만연한 무법지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고인이 사망한 후 애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근태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고인에 대한 언급 없이 “민노총은 정부의 노조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노조탄압, 공안몰이로 폄훼한다”며 “국가의 노동 질서를 망치는 주체가 바로 민노총”이라고 주장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을 애도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조 탄압이 불러온 참극”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노동 현실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53년 전으로 퇴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양씨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고인을 위해 묵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가 건설노조를 상대로 13차례 압수수색, 15명 구속, 950명 소환조사를 했다”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 가족이 연루된 주가조작이나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개입된 50억원 클럽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권이 힘없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행태에 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올해 상반기 중에 ‘중간착취방지법’을 처리하겠다”며 “간접고용노동자 고용안전성 강화 등 제도를 관련법에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행보와 노조 때리기가 불러온 참극”이라며 “정부는 뿌리 깊은 노조 혐오를 부추기며 지지율을 올리려는 얄팍한 술수를 거두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추모 메시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가 결국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조합의 요구에는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폭력배 취급과 묻지마 처벌을 밀어부치는 윤석열 정부에게 힘없는 노동자가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저항이 분신 밖에 없었다는 현실 앞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반드시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노조를 짓밟고 노동자를 매도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반노조 정책은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폭압적 반노동개악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 문제, 노동 문제에 대해 사회적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는데,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분신 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건 정말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노사가 노력하면서 좋은 노사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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