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 품이 작아졌다"…다시 등장한 이준석과 천아용인, 왜?

유승목 기자 2023. 5. 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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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주점에서 열린 블로그 '고공행진'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3.04.30.

내년 총선을 1년 가량 앞두고 청년·중도층의 이탈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개혁보수를 자칭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당대회 이후 약 두 달 간 잠행한 이 대표가 최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팀과 다시 지지세 규합에 나서고 있다. 연이은 설화를 일으키며 논란을 산 김재원·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개시된 시점에서 여당 내 청년·중도 당심을 결집해 존재감을 띄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을 비롯해 지지자 약 300명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한 식당에서 '고공행진'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고공행진은 지난 3월 이 전 대표가 정치 관련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개설한 웹블로그로 천아용인팀과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정치 스트레스 받는 분 많아" 이준석, 지도부 겨냥?
이 전 대표와 천아용인팀이 공개석상에 모인 것은 지난 2월 전당대회 당시 합동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태원 상권회복을 위해 연 언론 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전남 순천과 경남 진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교육봉사 중인 이 전 대표는 라디오 출연 외에 특별한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천 위원장 등 다른 인사들도 개별 정치활동에 집중해 왔다.

이 전 대표는 행사 취지에 대해 "아무래도 요즘 정치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있어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획을 하게 됐다"며 "예상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이 왔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여당을 지지하는 젊은세대를 위한 정치 소통창구를 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단 뜻이다.

최근 지도부 리스크로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청년층 이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단 점에서 현 여당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천하람 위원장도 "정말 품이 작아진 현재 (우리) 당에도 다양한 목소리와 매력 넘치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지금 정부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도저히 지지하기 어려워 보수진영에서마저 이탈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바플라이 별밤에서 열린 블로그 '고공행진'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3.4.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조사해 발표한 4월4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2%로 민주당(37%)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22%, 26%로 각각 27%, 35%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낮았다. 이 조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간 무선(95%)·유선(5%)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극우적 성향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착수한 시점과 이날 행사가 비슷하게 맞물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허은아 의원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태 최고위원을 향해 "당은 긴급 윤리위를 소집하고 태 최고위원은 즉각 물러나는 동시에 의원직 사퇴까지 결심해야 한다"고 적는 등 친이계 전반에서 강도 높은 징계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젊은층으로 구성된 지지자 만남을 통해 지도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측 관계자는 "행사 시점을 의도해 잡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행사를 찾은 인원이 예상보다 많았는데 현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도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금태섭 신당? 소통 없다" 존재감 띄우기 집중?
이 전 대표가 서울에서 지지세를 재확인한 것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의원을 제외하고 마땅한 원내 활동기반이 없어 중앙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터라 다른 정치 이슈들로 희석될 수 있는 존재감을 띄우려는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비윤(비윤석열) 선명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천 위원장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거물들과 맞서 15%에 달하는 표를 얻는 등 적지 않은 지지세를 총선 정국까지 끌고 가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자리를 채워주셨기 때문에 부산도 갈 것이고 대구도 갈 것이다. 그들(지도부)이 절대 가지 못하는 광주도 갈 것"이라고 했다. 또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예고한 한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금 전 의원이 가진 관점 자체가 저랑 많이 다르다"며 "전혀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지속하겠단 뜻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대표와 달리 전당대회 후 김기현 대표와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고 있는 천 위원장도 비윤 노선을 지속할 방침을 밝혔다. 천 위원장은 "(김 대표가 내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라는 게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고 함께 할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며 "그런 의지가 사실상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 대표와) 만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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