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정부, '新워싱턴 컨센서스' 구체화…中 견제 성공할까

김예슬 기자 2023. 5. 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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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포섭하려던 기존 워싱턴 컨센서스와 다른 노선
"포지티브섬 게임 아닌 제로섬 게임" 보호주의 회귀 비판도
컴퓨터 회로판의 반도체칩 2022.02.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구체화하면서 이것이 미국이 바라는 대로 중국 견제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이샨 타루어 칼럼니스트는 '중국을 주시하는 바이든이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를 띄운다'는 제목의 분석 글을 통해 "기존 워싱턴 컨센서스의 (나쁜) 영향이 바이든 행정부에게 우려스러운 존재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타루어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우리는 차이나 쇼크의 크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악영향이 민주주의로 쌓아온 미국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닳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존 윌리엄슨이 1989년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혁 처방이다. 남미를 비롯한 중국 등 개도국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요구하는 10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는 구체적으로 공공 지출 억제, 국영 기업 민영화, 무역 자유화, 사업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개방 등 오늘날 우리에게는 친숙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그토록 원하던 항구적 정상교역관계(PNTR) 지위를 얻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성공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한다면 미국 주도의 자유시장 경제에 편입될 것이며,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이 바라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WTO 가입 당시 미국의 약 13%에 불과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미국의 75%를 넘어섰다. 다른 나라들과 같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 들일 것이라는 계산과는 달리, 중국은 정부 주도의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타루어는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에 뒤처지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기 위한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예시로 최근 설리번 보좌관의 연설을 꼽았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27일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며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를 제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하에서 미국은 국내 및 전 세계 파트너와 함께 현대 산업 및 혁신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 전략은 우리 자신과 전 세계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보다 공정하고 내구성 있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커플링(탈동조화)' 아닌 '디리스킹(위험회피)'도 새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축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 기성 경제 및 신흥 경제국 모두가 함께 투자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강력하고 탄력적이며 첨단 기술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겨냥한 여러 발언을 쏟아냈다.

군사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는 기술 등에 대해서 수출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중국에서 채굴되는 주요 광물의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겠다고 시사했다.

다만 그는 중국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일부 사람들의 언급처럼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가 미국 독자적이거나 미국과 서방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국제 무역을 암울한 미래로 이끌 수 있는 보호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는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루스는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는) 공급망 리쇼어링, 회복력 우선의 경제정책 등 중국을 봉쇄하려는 국가 안보 목적의 수단"이라며 "원래 워싱턴 컨센서스가 한 국가가 부유해지면 다른 국가도 부유해지는 포지티브섬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한 국가가 부유해지려면 다른 국가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회유보다는 경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을 지키는 높은 울타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무역을 계속하고자 한다"며 "여기에는 미국 주도의 질서를 어떻게 중국이 따르도록 만들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모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워싱턴 컨센서스로의 복귀는 중국의 부상을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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