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위기에도 평온했던 美 증시…폭풍전야의 고요함인가

권성희 기자 2023. 5. 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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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기와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 증시는 더 오를 것인가, 아니면 추락할 것인가?

S&P500지수는 올들어 8.5%, 나스닥지수는 16.7% 올랐다. 상당히 큰 폭의 상승세인데도 미국 증시를 둘러싼 분위기는 환희와 희망이 아니라 불안과 초조함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이유는 상승세가 상당히 취약해 보이는데도 강세가 이어지니 랠리에 동참하지 못할까 싶어서다.

증시 상승세를 취약하게 보는 이유는 올해 증시 랠리가 소수의 메가캡(대형) 기술주에 의존했다는 점과 시장 변동성이 너무 떨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올들어 메타 플랫폼은 100%, 엔비디아는 98% 폭등했다. 메타와 엔비디아를 비롯한 메가캡 기술주들의 급등세 덕분에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28일 저점 대비 거의 20% 가까이 올랐다.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은 기술적으로 새로운 강세장 진입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여름에 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다가 전 저점 밑으로 추락했던 전례가 있다.

S&P500지수의 올들어 상승률은 나스닥지수의 절반 수준인 8.5%이다. 그나마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비중을 동일하게 계산하면 올들어 상승률은 3% 남짓으로 줄어든다. 이는 그만큼 올해 증시 랠리가 대형 기술주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머피 & 실베스트 자산관리의 수석 자산 매니저 겸 시장 전략가인 폴 놀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 한쪽은 매우 화창하지만 다른 한쪽은 도움을 구하며 울고 있다"며 "기술주와 대형주는 매혹적일 만큼 수익률이 좋지만 제조업과 은행업은 고전하고 있다. 대형주는 올들어 20% 이상 올랐지만 소형주는 올들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도 랠리의 편향성을 이유로 들어 증시 표면 아래에서 약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도 지난주 고객 노트에서 현재 미국 증시가 "1990년대 이후 상승 주도권이 가장 좁은 가운데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랠리가 일부 종목에 편중된 가운데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VIX는 1일(현지시간) 장 중에 15.53까지 떨어지며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VIX는 1일까지 24거래일 연속 20 아래에서 마감했다. 이는 2021년 11월24일 이후 최장기이다.

VIX가 낮다는 것은 시장이 평온하다, 투자자들이 별 걱정 없이 안온하다는 의미다. 은행권 위기조차 시장의 안일함을 깨뜨리며 VIX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문제는 VIX가 저점을 칠 때 증시가 고점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노무라의 크로스 애셋 전략 및 글로벌 주식 파생상품 담당 이사인 찰리 맥엘리곳은 평온한 시장 환경이 대형 투자자들을 증시로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됐지만 VIX가 낮다는 것은 시장이 "변동성 충격"에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가 부채한도 상향 없이는 6월1일부터 미국 정부의 재정이 소진된다고 경고한 점을 감안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변동성 충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달러 약세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지적한다. 달러의 움직임이 올해 증시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앰버웨이브 파트너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미국 재무부의 수석 고문을 지낸 스티븐 미란은 마켓워치에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달러화 약세"라고 말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 고점인 114 대비 현재 10% 가량 하락했다.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도 미국 증시를 연중 최고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이다.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78.3%가 월가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1994년 이후 컨센서스 상회 비율 평균인 66%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대표적인 월가 낙관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이 올해 계속해서 증시 랠리를 주도하면서 S&P500지수가 올해 말 47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 수준에서 14%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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