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문재인 5년` 그 악몽 아직 생생한데
시간은 기억 속 상처를 치유해준다. 다신 떠올리기 싫은 '악몽'조차 탈색시켜 추억으로 포장한다. 못 견딜 고통도 인내할 수 있는 건 '이 또한 지나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5년의 시간을 보는 시각과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잊고 싶은 '악몽'이자 고통의 시간일 것이다. '상처'의 생채기처럼 남아있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문 정권 5년이 이젠 망각 속으로 사라질 때가 됐는데,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퇴임 1년도 채 안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을 묘사한 '문재인입니다'라는 영화다. 과문한 탓인지 살아있는 대통령을 영화로 제작한 사례를 해외에서도 별로 들어보질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에 그를 기리는 영화가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문 전 대통령처럼 퇴임 후에도 현직 대통령보다 더 뻔질나게 뉴스에 등장하는 것도 일찍이 없던 괴이한 일이다.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다. 그래놓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권이 바뀌어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훈수 둔다. 북한이 숱하게 미사일을 쏴대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며 현 정부를 꾸짖는다. 누리호 발사 성공엔 윤 대통령보다 앞서 "자랑스럽다"며 선수 친다. 무례하고 의뭉스럽긴 여전하다. 아직 본인이 대통령이란 착각 속에 사는 걸까. 언행 불일치는 퇴임 후에도 하나도 바뀐 게 없다.
더 충격인 건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는 영화 개봉 전 그의 발언이다. 따져보자. '문재인의 시간'은 어떠했나. 보통 국민에겐 치를 떨며, 빨리 지나가기만 염원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해수부 공무원 북 피살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 '탈원전에 의한 에너지 생태계 교란'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재판 중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만든 중산층과 자영업자의 몰락, '곳간이 썩는다'며 세금을 퍼붓다가 탕진한 국고, 천문학적 국가부채,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에 폭등한 집값 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차오른다.
문재인의 시간이 남긴 폐해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마약 천국'으로 바뀐 대한민국의 실상도 그 중 하나다. 이젠 벌건 대낮에도 여중생들이 마약에 취해 대로변을 비틀거린다. 다크웹이나 SNS를 통해 얼마든지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필로폰 1회 분량도 피자 한 판 값에 불과하다. 검찰 민주화를 빙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법'을 통과시킨 거대 야당이 부른 참극인 걸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전세 사기도 문 정권이 싸질러놓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경제적 약자들이 너도나도 빌라로 몰렸다. 매매와 달리 전세 대출을 받기도 쉬웠다.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을 장려했고, 악성 임대인이 대거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전세 사기의 독초가 자랄 토양이 조성된 것이다.
국민은 문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바뀌길 염원했다. 전혀 준비가 안돼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다. 윤 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정책이 펼쳐지고, 구악이 척결되리란 기대를 품었다. 고통의 시간은 지나가리라고 믿었다. '문재인입니다'는 그런 국민의 기대를 비웃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반성적 자아'다. 그게 없다면 자기에 대해 꽤 괜찮은 사람이란 착각 속에 살게 된다. 나치 친위대 중령이었던 루돌프 회스는 자서전 말미에 "나도 심장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썼다. 나치 비밀경찰의 총수였던 힘러 역시 자신을 "피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며 어쩔 수 없이 가혹한 일을 집행했다"고 묘사했다.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화법이다. 국민 대다수에게 문재인의 시간은 두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일 뿐이다. 철학자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평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마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정권의 '쇼질',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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