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필리핀에도 “철통같은 방위 공약”…‘중국 포위’ 속도

이본영 2023. 5. 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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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 정상으로선 10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고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에 이어 미-필리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다. ‘중국 포위’를 위한 외교 행보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만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우리는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고, 당신보다 나은 파트너는 없다”며 “남중국해를 비롯해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방위 공약은 철통같으며, 필리핀군 현대화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태평양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에 처했다”며 남중국해 등에서 고조되는 긴장에 대응해 양국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어 중국 견제를 의미하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성명도 내놨다. 백악관은 C-130 수송기 2대와 연안경비함 2척을 필리핀에 제공하고, 필리핀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이 스스로의 힘으로 중국에 맞설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하려는 미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양국은 방위협력지침도 개정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역에 ‘9단선’이란 선을 긋고 그 안쪽이 자기 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 함정들이 자국 경비정과 어선을 위협하는 일이 많다며,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무려 77차례나 중국에 항의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도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어 중국 경비함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필리핀 경비정을 위협했다며, 필리핀에 대한 공격은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이례적인 경고를 날렸다.

중-필리핀 관계는 필리핀이 2월에 대만과 가까운 곳을 비롯해 기지 4곳의 사용권을 미군에 준 것을 계기로 더 냉랭해졌다.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지난달 14일 한 포럼에서 “대만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 15만명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필리핀은 대만 독립에 명백히 반대해야 한다”는 위협 발언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필리핀은 지난달 중순 두 나라 사이의 정기 연합훈련인 ‘발리카탄’(타갈로그어로 ‘어깨를 나란히’)을 오스트레일리아군 100명을 포함해 1만7천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시행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1일에는 미-필리핀 공군이 33년 만에 전투기 연합훈련을 재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은 직후에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오는 19~21일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기간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연다고 밝혔다. 세 나라 정상이 모이는 자리에선 북한이나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엔 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18개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만난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미-중이 영향력 다툼을 벌이는 새로운 무대로 떠오른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첫 ‘미-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4일엔 중국을 겨냥한 협의체인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의가 예정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향한다. 미국 대통령이 약 한달에 걸쳐 중국 압박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정상외교를 이어가는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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