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40만대 시대…“주행거리보다 안전에 집중할 때” [국제전기차엑스포]
배터리 제작부터 폐차·재활용까지 이력 관리
현대차, 다양한 상황 모듈·시스템 안전성 검증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40만대를 넘어서는 등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화재 등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는 2일 ‘제10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안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 백창인 현대자동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 등은 전기차 안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웅철 국민대 교수는 “이제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 즉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필요한 요구보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배터리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렵고, 그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석주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은 전기차 안전에 관한 정부의 정책 사항을 소개했다. 그는 “향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고전원 배터리에 대해 사전에 정부가 승인하고 제작하는 단계부터 폐차 및 재활용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동 축전지 사전 승인 및 이력 관리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비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배터리 1개의 셀에서 문제가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셀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열전이 지연 성능에 대한 평가 방법(열전이 시험)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전기차 리콜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에 3건이던 전기차 리콜은 지난해 67건으로 증가했다”며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리콜은 화재 사고로 이어진 경우 여론에 이끌려 불완전한 리콜을 실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리콜은 결함 확인 후 한 번 정도 리콜을 실시하는 것에 반해 고전압 배터리 리콜은 최소 2회, 최대 4회까지 반복해서 이뤄졌고, 리콜 결함 내용과 시정 방법도 상이했다”며 “지하에서 전기차 충전 중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SOC(State of Charge, 배터리 충전 상태) 100%로 되어 있는 지하 충전시설의 완속 충전기를 10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화재에 대한 고객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책 수립을 비롯한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경 EVall 대표는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의 안전사고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다르다”며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기차 사고에 대한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치 가능한 것들은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미연에 방지하고, 단기에 조치가 불가한 사항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전기차와 미래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기 전에 관계자 모두가 합심해 체계적인 안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백창인 현대차 상무는 제조업체의 해결책을 소개했다. 백 상무는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모듈·시스템 단위의 단품 시험을 통해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며 “주행 중 충격을 줄 수 있는 노면 위 장애물의 하부 충격 상황을 가정한 전기차에 특화된 개발 기준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충돌사고 시 화재 발생 사례에 대해서도 국내외에서 수집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 기준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화재 원인을 분석해 선행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3년간 충전 과정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9건으로 사고 원인 2위”라며 “충전시설이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현재의 주차장법에는 별도의 안전 설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보다 상세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자동차 및 전기차 전문가, 교통사고 전문 법조인, 급발진 추정 사고 관련 임상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학계 및 공공기관 전문가, 소비자단체 전문가, 제조사 관계자 등이 모여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은 전기차로 인한 도로 마모, 과격 운전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그는 “3t(톤)에 육박하는 전기차의 무게로 인한 에너지 손실, 타이어와 도로의 마모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발생 문제도 심각하다”며 “더불어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의 감각으로 급가속과 급제동, 과격한 운전을 조장하는 리뷰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기차엑스포는 오는 5일까지 개최된다. 특히 올해는 엑스포 개최 10주년을 맞이해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선박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도 소개된다. 전기차, 배터리, 모터 등 전후방 부품 기업과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 등 200여 개 기업이 참가한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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