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보다 안전이 더 중요… 정책 논의 시작해야”
“이제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대한 요구보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안전’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패널 토의 좌장을 맡은 최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사용 경험을 통해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어렵고, 그 상황을 미리 감지 또는 예측하기도 어려웠다”라며 “일단 발화했을 때 빠르게 열폭주가 나타나면서 안전히 탈출할 시간을 벌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열렸다. 제10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개막식에 앞서 열린 심포지엄은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 질의응답 세션으로 구성됐다.
주제 발표는 석주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의 ‘전기차 안전 기준 현황과 향후 동향’,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기차 리콜 현황 및 시사점’, 이후경 이브이올(EVall) 대표의 ‘전기차 안전요소와 대응방안’,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의 ‘전기차 충돌 안전을 위한 기술 및 연구개발 현황’ 순으로 진행됐다.
석주식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향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고전원 배터리에 대해 사전에 정부가 승인하고 제작에서부터 폐차 및 재활용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동 축전지 사전 승인 및 이력 관리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현재 지속되고 있다”라며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비한 연구 수행 등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석 부원장은 “국제적으로 배터리 1개의 셀에서 문제가 발생해 화재 발생 시 충분히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다른 셀로 빠른 전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열전이 지연 성능에 대한 평가 방법(열전이 시험)을 개발 논의 중이다”라며 “전기차 주행거리에 따른 성능 기준(SOH)도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2016년 이후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해 2018년에 3건이던 전기차 리콜은 2022년에 67건으로 증가했다”라며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리콜은 화재 사고로 이어진 경우, 여론에 이끌려 불완전한 리콜을 실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했다.
이 고문은 “일반적인 리콜은 결함 확인 후, 한 번 정도 리콜을 실시하는 것에 반해 고전압 배터리 리콜은 최소 2회, 최대 4회까지 반복해서 이뤄졌고, 리콜 결함 내용과 시정 방법도 달랐다”라며 “지하에서 전기차 충전 중에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SOC(State of Charge・배터리 충전 상태) 100%로 되어 있는 지하 충전시설의 완속 충전기를 100% 이하로 제한해 화재 발생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경 이브이올 대표는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서 안전사고는 이전의 내연기관차 사고와는 다르다”라며 “전기차 사고에 대한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것들은 교육이나 홍보 등을 통해 미연에 방지하고, 단기에 조치가 불가한 사항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모듈/시스템 단위의 단품 시험을 통해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검증하고, 주행 중 충격을 줄 수 있는 노면 위 장애물의 하부 충격 상황을 가정한 전기차 특화 개발 기준도 적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3년간 충전 과정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9건으로 사고 원인 2위”라며 “충전시설이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현재의 주차장법에는 별도의 안전 설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각계각층이 모여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은 " 2021년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S의 충돌 후 화재 당시 소방관 8명이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만 7시간이 걸렸고 2만8000갤런의 물이 사용됐다”라며 “화재 외에도 자동차 중량 증가로 인한 주행 중 거동 변화와 충돌 사고 발생 시 대상물의 충격 강도의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채 고문은 “3t에 육박하는 전기차의 무게로 인한 에너지 손실, 타이어와 도로의 마모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발생 문제도 심각하다”라며 “더불어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의 감각으로 급가속과 급제동, 과격한 운전을 조장하는 리뷰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라고 얘기했다.
최대열 한국자동차기자협회장은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40만여 대로 전체 등록차의 1.6% 수준으로, 최근 들어 보급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라며 “대다수 전기차가 5년 미만 차로 대부분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 관리의 필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전기차 안전에 관한 최근 국내외 동향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살펴보는 자리를 갖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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