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한 건설노조 간부 끝내 숨져…윤 정부 ‘건폭몰이’ 항의

[윤석열 정부 노조탄압]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에 항의해 노동절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 지역 간부가 끝내 숨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일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 지대장(50)이 이날 오후 1시9분께 운명했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1일 오전 9시35분께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분신 직후 심정지가 한차례 오는 등 위독한 상태에서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양 지대장은 속초와 강릉 등의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비 지급을 강요한 혐의(공동 공갈) 등으로 지난 2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4월26일 양씨 등 강원건설지부 간부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씨는 이날 오후 3시께 다른 간부 2명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강릉지원에서 받을 예정이었다. 이날 예정대로 열린 영장실질심사 결과 2명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양 지대장은 분신에 앞서 건설노조 간부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적용된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라며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김정배 강원건설지부장은 “사쪽 이야기만 듣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무리한 수사라는 이야기를 양 지대장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양 지대장은 마트 노동자인 아내와 중학생인 자녀 둘을 키우는 건설노동자로, 2019년 11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해 철근팀장으로 일해왔다.

건설노조는 유가족과 향후 계획을 논의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