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사고 나면? 날 이상하게 보면?"…걱정 꼬리 길다면 '이 질환'

정심교 기자 2023. 5. 2. 14: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집에 불이 나지 않을까', '오늘 사고 나진 않을까',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러나 A씨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걱정을 조절하지 못해 더 깊게, 자주 불안감을 느껴 가슴 두근거림이나 근육 긴장, 떨림, 식은땀, 메스꺼움, 설사, 두통 등 신체적 반응과 함께 초조함, 긴장감, 집중력 저하, 짜증, 수면장애 등 정신적 반응이 동반되는 경우 범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심한 가슴 두근거림을 느껴왔고, 심할 때는 바로 옆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동네 내과의원을 찾았다. 심전도·심장초음파·혈액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 소견이 나왔다. A씨는 안도감이 들기보다는 의사도 발견 못한 심장병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건 아닐지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지인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결과 그는 범불안장애로 진단받았다.

'집에 불이 나지 않을까', '오늘 사고 나진 않을까',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상황으로 불안해하거나 걱정을 할 수 있다. 보통 마음을 다잡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거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면서 떨치게 된다.

그러나 A씨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걱정을 조절하지 못해 더 깊게, 자주 불안감을 느껴 가슴 두근거림이나 근육 긴장, 떨림, 식은땀, 메스꺼움, 설사, 두통 등 신체적 반응과 함께 초조함, 긴장감, 집중력 저하, 짜증, 수면장애 등 정신적 반응이 동반되는 경우 범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발생하는 정상적인 불안과 달리, 일상적인 일과 중 걱정과 불안이 통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심하다. 범불안장애는 엄연한 '질환'이다.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영선 과장은 "범불안장애는 불안장애 유형의 하나로,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활동에 대해 거의 매일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걱정하는 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범불안장애 환자는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약 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여성과 고령층에서 더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범불안장애 환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7만2512명에서 2019년 7만9587명으로 소폭 증가했고, 2019년 기준 여성(63.4%)이 남성(36.6%)보다 높았으며 60대, 50대, 70대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범불안장애는 뇌 부위 가운데 전두엽·변연계·기저핵 등 부위에서 기능상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후두엽·변연계 등의 활성도가 지나치거나 부족한 경우,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등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경우다. 또 가정환경, 성장기 환경, 현재 상황 등 심리학적 요인으로 인해서도 범불안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유영선 과장은 "살다 보면 사소하지만, 나에겐 큰 걱정거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러한 걱정거리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지나친 걱정은 다른 중요한 요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걱정으로 인한 불안이 심할 때 자신의 걱정이 정확히 뭔지 구체적으로 적어보며 불필요한 요소는 없는지, 왜곡된 사고는 없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피다 보면 걱정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다. 명상, 휴식, 운동,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커피, 에너지 음료 등의 카페인 섭취를 줄인다. 흡연·음주는 불안감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범불안장애 환자의 지나친 걱정과 다양한 신체 증상은 서서히 악화하는 게 특징으로, 환자 상당수가 장기간 치료받지 않고 적응하면서 생활하느라 방치한다. 유 과장은 "범불안장애를 방치하면 우울증, 다른 불안장애,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며 "다른 정신질환처럼 초기에 진단·치료받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6개월 이상 거의 매일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거나 피로감, 불면증, 근육 긴장이 심하고 짜증이 잘 자거나 신경이 곤두선 느낌, 집중력 저하 등이 동반됐다면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범불안장애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힘들지만 적절한 상담과 치료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치료 이후엔 불안 증상이 많이 줄어들고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치료 의지가 생겼다면 하루빨리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잘 맞는 항불안 약물을 선택하거나, 적절한 개인 상담, 인지행동치료 등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