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주가조작 일부 종목, 폭락 전 공매도 급증…누가, 왜?
투자자 실체 드러나지 않고 外人공매도로 집계
선광·하림지주, 주가 급락전 실제 공매도 비중 크게 상승
지난달 24일 8종목의 주가가 하한가(30% 하락)까지 하락하며 촉발된 ‘SG발 주가 폭락 사태’는 유통주식 수와 시가총액이 적은 주식의 주가가 쉽게 급등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창구에서 대성홀딩스, 선광, 하림지주 등 8종목에 대한 대량 매도 주문이 나오면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시가총액 8조2000억원이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폭락이 발생하기 수일 전부터 일부 주가조작의 대상이 됐던 종목 중에는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평상시 공매도가 거의 없었던 종목이 폭락 직전 공매도가 급증했다는 것은 크게 2가지 가능성이 있다. 주가 조작이 곧 드러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투자자가 공매도에 나섰거나, 아니면 주가 조작 세력이 폭락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파생 금융 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를 활용하면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라도 어느 정도 자금력만 있다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CFD 공매도가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SG증권 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전 금융당국의 공매도 허용으로 실제 공매도가 가능했던 종목은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등 3종목이다. 이중 선광과 하림지주는 실제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었다.
선광은 4월 10일까지만 해도 전체 거래량(2만1850주) 중 단 1주(공매도 비중 0.0046%)였던 공매도 거래는 폭락 전주인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36~14%까지 급등했다. 4월 19일 전체 거래의 36.22%(11만5862주 중 4만1967주)가 공매도였고 20일에는 24.14%(3만903주 중 7463주), 21일에는 14.05%(4만9395주 중 6944주)가 각각 공매도였다.
하림지주도 4월 17일 공매도 비중이 19.48%(74만6358주 중 14만5449주)까지 상승했다. 하림지주의 공매도 비중이 20%에 달했던 시기는 지난 3월 13일(21.87%)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평소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공매도 비중이 하한가 급락을 앞두고 크게 늘었던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한가로 갈 것을 미리 알았던 사람들 혹은 실제 매도를 한 주체들이 공매도로 추가 이익을 얻기 위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G발 주가 폭락 사태에서 CFD 계좌를 활용한 공매도가 악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주가 조작 세력이 3년간 주가를 서서히 올리는데 사용했던 방법이 CFD인데 CFD는 공매도 거래에도 쓸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CFD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는 계약한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특정 종목의 매도를 주문할 수 있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매도 주문이 가능한 일종의 무차입 공매도인 셈이다.
이런 매도 주문을 받은 증권사는 대신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진행한다.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에 따라 자체 헤지를 하는 곳도 있고 외국계 증권사와 CFD 계약을 청산할 때 백투백(back-to-back)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이 모든 거래는 국내·외 기관 또는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로 통계에 잡힌다. 결국 개인 등 CFD 계좌를 보유한 사람은 본인을 드러내지도 않고 증권사를 이용해 공매도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공매도의 일정 부분은 실제 CFD 고객들의 공매도 물량”이라고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CFD가 숨겨진 공매도로도 상당히 많이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CFD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낮췄고, 너도나도 CFD계좌를 만들면서 주가 조작 세력에게까지 CFD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 이런 지경까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일부 기업 오너들도 증여‧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CFD 공매도로 주가를 낮추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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