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종식 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존재는 중국"-FT

김민수 기자 2023. 5. 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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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는 중국에게도 득 될 것 없어…우크라도 중국 역할론에 기대
美에게도 전쟁 장기화는 부담…서방의 우크라 지원 계속될지 장담 못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에서 정상 회담을 마친 뒤 열린 만찬서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존재는 중국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 정치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크만 수석 칼럼니스트는 1일(현지시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중국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중국의 개입에 잠재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경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는 시 주석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가 대러 제재 상황 속에서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간단히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라크만은 미국의 경우 중국이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나아가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우크라이나는 시 주석이 최근 러시아를 국빈방문했을 당시 푸틴과 어느 정도 긴장이 고조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했으며, 심지어 시 주석이 방러 일정을 단축했다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라면 시 주석도 어느정도 러시아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전쟁 장기화가 중국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는 분명 중국에게도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를 약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을 더욱 긴밀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분명 중국의 이해관계와는 어긋나는 방향으로 정세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크만은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자 유럽에게 중국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미국 간 군사적 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그는 결국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중국이 선택해야할 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미국의 영향력이 쇠락하고 중국이 평화를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시 주석의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평화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단교한 중동 최대 라이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 간 관계를 중재했다. 나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역할이 부상하면서 미국의 심기는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라크만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를 무시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징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는 데도 점점 더 열중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이 지속될 수록 우크라이나에 수십억달러의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쏟아 붓고 있는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은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에 앞서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한 지원을 바탕으로 푸틴 정권을 끝낼 수 있을 만큼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라크만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힘든 일(long shot)"이라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우크라이나가 평화 회담이 성사되기 전 전장에서 최대한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동맹이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압박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아직 논의가 덜 됐지만,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러시아군의 점령지 철수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등 의미있는 양보를 하도록 압박할 수 있느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질문에 대한 유일한 그럴듯한 대답은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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