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PD “AV는 日 성인엔터 주류, 어둠 있다고 안 다룰 수 없어”[EN:인터뷰①]
[뉴스엔 이민지 기자]
지난 4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일본 편'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이다.
신동엽, 성시경이 일본을 직접 찾아 성인용품점, 성인 VR방, 성인용품 회사, 호스트바를 찾았고 고객과 직원, 또 AV 배우들과 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인물:일본편'은 한국에서 유통이 불법인 AV 미화 논란에 휩싸이며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출자 정효민PD, 김인식PD가 5월 2일 언론 매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효민PD, 김인식PD는 "빨리 만나뵙고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다. 지난주 화요일에 릴리즈하자마자 대만 촬영을 다녀왔다"라며 대만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공개 후 뜨거운 논란에 대해 김인식PD는 "다양한 반응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시청하는 분들이 낯설게 여기시기도, 익숙하게 여기시기도, 시시하게 여기시기도 한 것 같다. 대만 촬영하며 피드백을 보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반응들을 조금 더 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효민PD는 "꼼꼼히 잘 봤다. 대만에서 촬영하면서 한국 반응들을 보는 느낌이 색다르더라. 대만에서 촬영한 아이템이 또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하는 상황인데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 된 곳이다. 대만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동성부부들, 그 중에는 육아 생각이 있는 부부도 있었다. 주말에 대만 성(性) 박람회에 갔더니 AV 배우들도 와서 아이돌처럼 인사하더라. 3대가 오기도 하고 연인들이 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한국 반응을 보니 성에 대해 각자 나라마다 기준이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다. 반응이 뜨겁게 오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는 의미있다 생각했다. 전작 '마녀사냥' 생각도 많이 나더라. 2013년에 '마녀사냥'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도 초반엔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JTBC 초창기였는데 미혼의 성을 미디어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냐 했는데 지금은 미혼의 성을 다루는게 전혀 이상한게 아니듯이 여러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부분은 AV 배우들의 인터뷰. AV는 한국에서 제작과 유통이 불법인 상황이다.
정효민PD는 "당연히 제일 많이 고민하고 회의했던 부분이다.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다. AV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이야기가 있는데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의 영역에 들어가있다. 그런데 AV를 개인이 보는 것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AV를 제작하는 것이 합법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AV를 제작하는게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게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편을 제작하며 생각할 때 AV를 피해가야 하나 했는데 일본에서 AV가 성인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산업이고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정서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이라고 AV를 다룬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 태도는 이 산업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 그 사람이 어떤 소신과 직업적 소명감을 갖고 일하는지, 그 사람을 존중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드러내보자가 포인트였다"라고 말했다.
정효민PD는 "AV 배우들에게 못 들어본 이야기를 듣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미 유튜브에서 몇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AV 배우들이 있다. 그들의 생각이 전해지고 있을 때 우린 어떤 톤으로,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조심스럽고 존중하는 태도로 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하면서 토론했던 주제 중 하나가 '음주'였다. 타인을 해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살인 같은 건 논할 가치가 없는데 성이나 음주, 흡연, 영화 내 폭력성 같은건 사회적인 약속으로 기준이 정해진다. 이런건 옳고 그름의 문제도 있겠지만 문화적 허용과 스탠다드가 어디인가 잡아가는 것이다. 성인들이 보는 콘텐츠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맞고 저들이 틀리다가 아니라 우리의 좌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아닌가 해서 들여다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효민PD는 "유럽 같은 나라는 14세, 16세도 어떤 종류의 음주는 허용된다. 우리나라보다 관대하다.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술을 마실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공원이나 거리에서 마시는게 금지돼 있다. '한국은 음주에 대해 너무 관대해'라고 할 수 있지만 틀리다고 할 순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문화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라면, 성인이고 각자 판단력을 가진 분들이라면, 논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의미있게 던져볼 화두겠다 생각하고 도전해본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식PD는 "연장선상 이야기인데 우리는 우리문화 안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와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마주하는거다. 주류의 세상에서 비주류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난 당연히 이 문화 안에서 주류고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조금만 떨어져도 이런 문화가 있다는 걸 알아볼 수 있고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다"라고 덧붙였다.
AV의 성착취 논란에 대해 정효민PD는 "우리도 조사하며 그런 부분을 고려했다.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부분에서 AV는 일본에서 주류다. 1조원에 가까운 시장이고 편의점 산업규모와 맞먹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면 피해갈 수 없고 다뤄야 한다 생각했다. 성인 관련 산업은 명과 암이 있다. 그렇다면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이 분야를 전혀 다룰 수 없는건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가치판단을 하기보다 이 분야에서 그 길을 걸어왔고 소신을 가지고 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들어볼 수 있고 그 다음에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얻어낸 성취라면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 이 대화를 통해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AV는 진짜가 아니고 연출된 상황이라는 말이 AV 배우 입장에서 가장 하기 싫은 말일 수 있고 그 산업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처음 시도한 부분에 아쉬운 점도 있을거고 그 다음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건 나름 나쁘지 않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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