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생협약에도… 국회서 잠자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효과없고 갈등만" 지적에도
총선 앞두고 또 '표심 눈치보기'
정부가 마련한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 배송이 국회에 가로막혔다. 유통업계 등 이해당사자가 영업 외 시간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상생안에 합의했음에도 4개월이 지나도록 국회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이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건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020년 7월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안과 2021년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이 수년 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골자는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SSM) 등이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온라인 영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은 없다. 다만, 법제처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새벽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가지므로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12월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10년 만에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간 상생 발전 필요성과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관련 제도의 개선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생협약에는 대형마트등의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이해 관계자들이 법 개정에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상생협약 체결 4개월이 지나도 법 개정은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업계와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19일 열린 '유통규제 정책평가와 유통산업 상생발전 세미나'에서 "(대형마트) 규제도입 초기에는 일부 긍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라인시장과 식자재마트의 빠른 성장으로 규제의 실효성은 낮아지고 갈등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또 대형마트 휴무와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 상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소비자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구매채널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서성윤 대구중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에서 대형마트가 4개나 문을 닫았고, 10년 넘게 대형마트를 규제해왔는데도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은 명칭과는 달리'발전' 대신'규제'정책으로 변질됐다"며 "온라인·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통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대형마트와 중소유통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상생방안이 도출되고 유통규제 개선책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표심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정안이 계류된 것은) 정치적 요인이 크다"며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 혜택도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를 통해 법 개정 후에도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이 상생할수 있도록 업계와 꾸준히 소통 중이다. 이미 올해에만 3차례 만나 업계와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유통 경로나 규모별로 어떻게 상생을 지원해 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화하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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