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집 살림? 非明-親明 ‘지도부 동거’ 가능할까
개딸들 “수박들 몰아내자”…朴 “지지자만으로 총선 못 이겨”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지도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친명(친이재명) 일색인 중앙당 지도부와 달리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로 채워지면서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 쇄신'과 '계파 균형'을 내세운 가운데 당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에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도부 동거'에 온도차…非明 "균형" vs 親明 "위기"
박 원내대표가 지난 1일 발표한 원내 지도부 인선 명단에서 친명계 의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는 송기헌 의원, 원내대변인은 김한규·이소영 의원, 경제 담당 대변인 자리는 홍성국 의원이 맡게 됐다. 원내대표 비서실장에는 민병덕 의원이 임명됐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3일 의원총회에서 구체적인 '쇄신 의총' 구상안을 정할 방침이다. 해당 의총에선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돈 봉투 파문' 관련 자체 진상조사와 금권 문제 차단을 위한 대의원제 폐지, 윤관석·이성만 의원 출당조치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어떤 사안도 쇄신 의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비명계에선 이번 신임 원내 지도부 구성과 박 원내대표의 행보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으로 당선된 것은 지도부가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민심과, 민주당이 변화와 쇄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의원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정하게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합리적인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도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지도부 개편의 마침표"라며 "친명계와 비명계의 진영 싸움이었는데 압도적으로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것은 지도 체제에 아주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의 좌우 날개에 균형이 잡혔다"고 기대했다.
반면 친명계에선 '지도부 내 계파 갈등' 가능성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확실하게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들고 일어났고 지도부 내 알력(다툼)도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총선도 다가오는데 지도부와 당원들이 분열하면 (총선 승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일각에선 박 원내대표가 예고한 '쇄신 의총'도 일부 사안들이 친명-비명 간 입장차가 분명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돈 봉투 파문 진상조사의 경우 중앙당 지도부에서 이미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 사항이다. 또 대의원제 폐지의 경우도 계파는 물론 당원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쉽사리 대책이 도출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행보들이 오히려 지도부 분열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朴, 개딸에 '강경' 모드…'단일대오' 성공 미지수
이미 '개딸'을 비롯한 민주당 강성지지층에선 박 원내대표의 쇄신 행보가 '이재명 제거 작전'이라며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일 박 원내대표 '사퇴'와 '탄핵'을 촉구하는 글이 각각 올라왔다. 해당 글들은 이날 기준 5000명(두 글 합산)에 달하는 동의를 얻으며 지지층의 화력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이 대표 펜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박 원내대표와 신임 원내 지도부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은어)으로 지칭하며 각종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은 "박광온은 이낙연과 마찬가지로 영구 제명 대상", "박광온이 당선되니 똥파리들은 축제 분위기", "수박들이 원내 지도부를 점령해 이 대표를 몰아내려 한다"며 수위 높은 비판글도 올렸다.
당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자 박 원내대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첫 원내대표회의에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반사이익만으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의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실제로 '하나의 민주당'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되레 정치권 일각에선 당이 이전보다 단합하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평 정치평론가는 "원내 지도부가 비명계로 포진됐다는 것은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주류와 개딸들에 대한 반감이 당내에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며 "친명-비명계가 본격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앞으로 공천을 두고 계파 간 더 큰 갈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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