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돈쭐내러 갑니다”, ‘코즈Cause 마케팅’에 이은 ‘미닝아웃Meaning Out’
이승연 2023. 5. 2. 13:21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신념·생각을, 소비와 같은 간접적인 행동을 통해 드러낸다는 ‘가치소비’는 몇 년 새 트렌드를 선두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이는 2010년 중후반 기업 중심적인 공익 마케팅 ‘코즈 마케팅’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신념을 표출하는 소비 ‘미닝아웃’(meaning out, 신념을 뜻하는 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시장에서는 기업의 제품 특성이나 품질,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를 추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고서야 고도화된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조금만 품을 들이면 언제 어디서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고, 품질을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대체 무엇을 팔 것인가? 그리고 소비자들은 무엇을 살 것인가? 기업과 소비자들은 이제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가치소비의 의미를 살펴보자. 포털 사이트에선 ‘남을 의식하는 과시소비와는 다르게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며, 무조건 아끼는 알뜰소비와 달리 무조건 저렴한 상품이 아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행한다.’(-참고 및 출처: 시사상식사전, pmg지식엔진연구소)고 설명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소비를 하는 대신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에 지갑을 연다’는 것. 이러한 개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욱 커졌다. 제품을 면밀히 따지고, 이미지가 좋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에 대해 드러내는 것이다.
코즈 마케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즈 마케팅’이 있었다. 코즈 마케팅은 ‘원인, 이유, 대의적’이란 의미의 ‘Cause’와 ‘Marketing’의 합성어로, 도서 『브랜딩의 제3물결 코즈 마케팅』에 따르면 ‘기업과 사회적 이슈가 상호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연계된 마케팅’을 의미한다. 코즈 마케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ope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며 등장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는 차이가 있다. 사회적 공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면, 코즈 마케팅은 공익적 이슈를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연계시킨 것, 즉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 ‘대의 마케팅’, ‘공익 마케팅’, ‘착한 소비’ 등으로 불리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코즈 마케팅 프로젝트 사례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8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는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보수사업 프로젝트’(National Arts Marketing Project)를 진행했다. 고객이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거나, 신규 카드를 발급할 때 일정 금액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해당 프로젝트 기간 동안 카드 사용률은 27% 증가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무역, 경기 등이 침체되어 있던 미국 사회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수한다는 것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인의 이런 가치관에 근거한 메시지를 통해 구매를 이끌어냈다.(-참고 도서: 『브랜딩의 제3물결 코즈 마케팅』)
최근엔 가치소비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 중심의 소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 됐다. 유통 플랫폼의 확대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됐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 등에 기업이 귀를 기울인 것이다. 요즘의 2030세대는 재화의 제조 과정부터 가격, 심지어 이를 유통하는 과정까지 적극적으로 자신이 소비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 이후 기업과 제품의 메시지가 나와 맞고, 소비 과정에서 심리적인 만족감(가심비)을 얻는다면,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유통 서비스 업계 기업인 A사와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사보다 B사가 사회적 활동이 많거나 친환경 이슈들이 높은 경우엔 어떨까. 소비자들은 B사의 기업 이미지에 호감을 갖게 되고, 이는 B사의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 A사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B사의 정보를 공유, 제품 구매를 촉구하는 등 집단 행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친환경, 갑질 사태, 성 평등’ 등 환경·윤리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반면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가치소비 중에서도 최근 확산되는 ‘미닝아웃’ 트렌드는, 이처럼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소비와 같은 간접적인 행위로 ‘드러내는 것’을 중시한다. 물론 사회적 가치가 대두되더라도 각자의 기준과 생각, 신념 등은 주관적일 수 있다.
때문에 ‘현대의 가치소비’는 ‘미코노미’(Meconomy, ‘나m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트렌드) 트렌드와도 맞물려 성장한 트렌드로 볼 수 있다.
미닝아웃, 환경적 이슈와 만나다
코즈 마케팅이나, 가치소비 모두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설’을 통해서 설명이 가능하다. 매슬로우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 의복, 음식, 가택, 성욕 등이 충족되고 나면, 점진적으로 인간 관계의 역할과 공동체 입지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로 이동하게 된다고 보았다.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고,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 인정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미닝아웃 트렌드를 대표하는 소비 종류는 다양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가장 많이 실천하는 이슈는 바로 친환경이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 일종의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했다. 이들은 미래 세대의 자원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약간의 수고스러움’도 기꺼이 ‘힙’하다고 느낀다. 도서 『트렌드코리아 2023』에 따르면 ‘아주 복고적인 느낌, 의도적으로 연출한 촌스러운 스타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가게 등 그때그때 힙하다고 여겨지는 콘셉트가 수시로 바뀐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환경’이다. 지난 2년간 ESG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중에서도 특히 ‘E’, 즉 환경이 그야말로 핫한 콘셉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저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당 트렌드에 대해 설명한다.
개인의 친환경 미닝아웃 행동 중에 ‘용기내 캠페인’이 있다. 다회용기의 ‘용기’와 겁내지 않는다는 의미의 ‘용기’를 중의적으로 포함한 이 캠페인은, 장을 볼 때나 음식을 포장할 때 챙겨온 다회용기에 담아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나아가 환경 보호의 취지를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불필요한 이메일은 삭제하고, 동영상 시청 시 화질을 줄이며, 스마트폰의 밝기를 낮추거나, 웹사이트의 다크모드를 이용하는 것 역시 개개인의 습관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미닝아웃’ 방법으로 꼽힌다.(-참고: 현대오일뱅크 콘텐츠 ‘간단한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는 방법’)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전국 20~60대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치소비를 해봤다고 답한 사람이 83.5%에 달했다. 또 리사이클링 제품 구매 등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비율은 80.2%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기업 역시 이 같은 소비자들의 행보에 응답하고 있다. 친환경 가치소비가 장기화되며 유통업계들 역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는 2021년 5월, 무라벨 제품인 ‘제주삼다수 그린’ 출시를 시작으로 페트병 경량화를 통한 플라스틱 감축, 리사이클 페트 및 바이오 페트 등 순환 자원을 활용한 용기 개발에 연달아 성공하며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2021년 12월 기준 온, 오프라인 판매량 전체의 30%를 무라벨 생수가 차지했다. 동원F&B의 경우 지난해부터 요구르트 제품 소와나무 비피더스 명장 3종에 무라벨을 적용해, 연간 약 60t의 플라스틱(2021년 비피더스 명장 판매수량 기준)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30년령 소나무 약 1만5000그루를 심는 환경보호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도라고.
그런가 하면 최근 주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며 개인과 기업 모두 경쟁력이 커진 친환경 분야가 있다. 바로 ‘비건 라이프’다. 비건 라이프의 확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환경적 변화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미닝아웃 소비 성향, ESG 경영에 관한 관심 증가 등이 배경이 됐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대체육 식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으며, 뷰티 업계는 비건 뷰티를 지향하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비건 자동차로 불리는 친환경 자동차를 출시하고 있다. 일반 자동차가 내장재를 강철과 탄소섬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대신 비건 자동차는 인공 가죽이나 식물유래 원료로 대체하고, 자동차 생산 과정과 주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은용 소장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육류, 달걀, 생선 등 특정 영역에서 나아가 패션, 뷰티,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지속해서 성장 중인 비건 시장에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착한 기업에 “돈쭐내러 갑니다”
미닝아웃 소비 중에서도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전쟁과 재난 현장이 발생했을 때사회와 기업의 행동에 따라 이미지 브랜딩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아이더는 지난해 ‘아이더+하기 캠페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여성에게 아이더 패딩을 선물하는 ‘Heat Ukraine with Eider’(아이더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온기를 더하다)를 진행한 바 있다. ‘아이더+하기 캠페인’은 국내외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슈를 유명인과의 협업을 통해 ‘널리 알리고 함께 나누는’ 캠페인으로, 아이더는 이를 통해 지난 10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과 협력해 다운 자켓 4000벌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4월 초, 충남 홍성에서 산불로 인한 피해 소식이 전해졌다. 잠정 피해액 규모는 약 287억원으로, 축구장 3200개 규모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다고 전해진다.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를 위한 기업과 시민들의 성금과 응원이 이어진 가운데, 마음 따뜻해지는 이슈도 들려왔다. 한 카페에서 산불 진화에 힘쓴 공무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증정한 것. 해당 카페는 간판 위에 ‘커피 무료, 산불진화 소방대원·경찰·공무원 분들 부담 없이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진 A4 용지를 붙여, 가게 이름 대신 ‘음료 무료 봉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돈쭐나야 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돈쭐내기’는 ‘돈’과 ‘혼쭐내다’가 합쳐진 유행어로, 어려운 이웃을 후원하는 등 남몰래 선행을 베푼 가게의 상품을 구매해 매상을 올려주는 행동을 말하는 용어다.
강릉 역시 마찬가지. 지난 4월11일에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피해지역 인근 숙박시설의 예약취소가 발생하는 등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며, 이들을 돕기 위한 관광 활성화 캠페인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도는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가자! 동해안으로!’ 캠페인을 홍보하고, 강릉시는 ‘산불 피해지역 강릉,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입니다’란 캠페인 문구를 SNS 등에 게시하는 등 관광 수요 회복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강원관광재단은 산불 피해지역 관광시장을 조기 회복하고자 4월부터 6월까지 ‘아리바우길 연계 걷기 챌린지’ 개최 소식을 알렸다. 백창석 강원도 문화관광국장은 “동해안으로 관광을 와주시는 것이 피해지역의 아픔을 위로하고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기부 미닝아웃
지하철 입구에 나란히 놓여진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계단을 밟는 순간 ‘음(音)’이 들린다면 어떨까. 우리가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지하철 피아노 음악계단은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만들고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 수만큼 일정 금액을 적립할 수 있도록 한 설치물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개인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일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 기부 앱이다. 걸을 때 앱을 켜두기만 하면 GPS로 걸음을 측정해 적립된 걸음수 만큼 기부할 수 있는 걸음 기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빅워크’는 대표적 ESG플랫폼이다. 빅워크는 개인 사용자들은 물론, 기업과도 함께 걸음 기부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걸음수 기부로 어려운 이웃도 돕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많아지며, 동물친화·동물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치소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서비스와 결합된 걸음 기부 애플리케이션 ‘피리부는 강아지’는 산책 시 거리에 따라 앱 내 발자국 모양의 아이콘이 찍히고, 그 아이콘은 사료알로 환산돼 매월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로 이어진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유기견에게 사료알을 기부할 수 있는 것. 기부 내역은 앱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다. 이 같은 기부 애플리케이션은 따로 시간을 내거나, 고액을 기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이용자 스스로 일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작은 변화도 다수가 모이면 그 영향력은 커지게 마련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보존과 복구를 위한 지구세(Earth Tax)로 사용하는 ‘파타고니아’,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제품 하나를 사면 그대로 하나가 기부되는(1 for 1) ‘비타민엔젤스’의 착한 소비 등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치소비의 대표 브랜드이다.
이들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ESG나 코즈 마케팅이 한 차례의 이벤트 형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통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와 맞물린 소비자들의 미닝아웃 소비 패턴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하며, 요즘 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불리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서, 가치 브랜딩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Interview “강아지도 보호자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피리부는 강아지’ 팀
Q ‘피리부는 강아지’ 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시작은 ‘반려동물이 행복하려면?’이란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서비스도 많아졌지만 ‘행복’을 위한 서비스는 적었습니다. 물론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간식, 옷, 리드 줄 등도 행복을 위한 필요 아이템이긴 하지만, 정말 반려동물이 행복하려면 어떤 서비스가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꽤 길게 가졌어요. ‘차라리 우리가 직접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서비스, 그래서 반려견이 유일하게 밖을 나가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산책 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산책형 앱과, 유기견 사료알 기부라는 취지를 합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피리부는 강아지’ 기획 시 우리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반려견’ 관련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첫째는 ‘산책’, 두 번째는 ‘유기견’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하며, 구체적인 기획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반려인에게 ‘산책’은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지만, 때로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피로로 인해 귀찮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주인이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산책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려인들이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정확한 방법을 알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반려인도 반려견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서, 이를 통해 유기견을 도울 수 있도록, ‘산책’과 ‘유기견 돕기’를 한번에 묶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의 구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산책이 곧 유기견 기부로 이어지고, 다른 반려인들, 반려견들이 남긴 발자국을 주우며 게임처럼 즐기도록 말이죠. 행복, 보람, 재미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앱을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Q 지난해 기부 현황이 궁금합니다.
A 지난해엔 총 3억6000만 알의 사료알이 ‘동물구조119’, ‘다시사랑받개’, ‘행강보호소’에 기부되었습니다. 실제로 사료가 기부되기도 하고, 협약된 유기동물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으로 대체되어 전달할 때도 있습니다. ‘사료알 기부’가 반드시 사료를 뜻하는 것이 아닌 유기동물을 위한 일종의 ‘사랑과 관심’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구조가 많을 경우 모래, 영양제, 장난감, 간식 등 고양이를 위한 용품으로 기부하기도 하고, 유기견을 위한 약품, 간식 등으로 기부하기도 합니다.
Q ‘피리부는 강아지’의 경우, 앱 사용자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저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이기도 한데요. 반려동물 동반 카페에 비치된 팸플릿을 보고 반가워하며 인증샷을 찍어주기도 하시고, 재직 중인 회사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 저희와 콜라보를 제안해주셔서 유저 분들께 선물을 드린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산책을 하며 발자국을 남기고, 남겨진 발자국을 다른 유저가 줍는 것이 앱의 핵심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발자국은 같은 동네에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느껴져 사용자 분들께서 직접 홍보를 해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산책 시 앱을 사용하기만 해도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로 이어진다는 것이 주변 그리고 지인 분들께 직접 홍보를 해주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수익형 구조의 서비스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앱 운영에 별도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물론 수익구조에 대해 고민을 아예 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저희 팀원들의 수익(연봉)부터 서비스 운영비 등 꾸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서비스 비전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기에 수익구조 체계화보단 좋은 서비스 제공과 운영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늘어나고, 수익구조 역시 탄탄해진다면 더 많은 유기동물을 위한 지원은 물론 반려인,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테스트 중입니다. 수익을 잘 내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어찌 보면 굉장히 어려운 고민을 팀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Q 향후 ‘피리부는 강아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 반려인,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점점 더 커지고,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좋은 면 너머 좋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그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이 저희들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반려견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행복, 재미, 보람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언젠간 ‘반려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앱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 중입니다.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제주삼다수, 동원F&B, 풀무원, 강원도청, 롯데월드, 파타고니아, 에임드, 각 브랜드, 매경DB
참고 도서: 『브랜딩의 제3물결 코즈 마케팅』(전재호·전병길 저 / 새로운 제안 펴냄), 『트렌드코리아 2023』(김난도 외 저 / 미래의창 펴냄), 『요즘 소비 트렌드』(노준영 저 / 슬로디미디어 펴냄)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7호(23.5.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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