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세균의 주요 이동수단?…고도 1465ｍ 구름서 항생제 내성 세균 발견

구름 이루는 물 1㎖ 속 평균 2만개 항생제 내성 세균 포함
육지 구름에서 동물에 쓰는 항생제 내성 세균 더 많이 발견
가축한테 사용하는 항생제가 바람 타고 상승한 것으로 분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구름이 세균(박테리아)의 주요 ‘이동 수단’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얼럿’ 등은 캐나다 라발대와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대 연구진의 결과를 전했다.

연구진은 해발 고도 1465ｍ에 이르는 프랑스 중부 휴화산 ‘푸이 드 돔’ 정상에 올라가 구름을 채취했다.

구름 채취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10월 사이에 모두 12번 진행됐다.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 구름을 그릇에 담아 구름 속에 부유하는 세균 농도를 전문 장비로 확인했다.

확인 결과 구름을 이루는 물 1㎖ 속에는 평균적으로 2만800개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는 퀴놀론과 술폰아미드, 테트라사이클린 등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 세균이었다.

연구진은 구름 속에 떠 있는 세균이 적게는 5%, 많게는 50%까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바다에서 생긴 구름과 육지에서 생긴 구름의 특징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냈다. 육지 구름에서는 동물에게 쓰는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가 유독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사용한 항생제가 흙이나 식물에 남아 있다가 바람 등으로 하늘 높이 떠오르고, 그 뒤 구름 속 물방울에 스며들어 공중을 떠다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유레카얼럿을 통해 “이번 연구는 구름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확산하는 중요한 경로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만드는 인간의 활동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 최신호에 실렸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