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주택서 80대 전 연인 살해 60대 男…징역 10년

흉기로 살해한 뒤 현금 훔쳐 달아난 혐의
‘촉탁살인’ 주장…재판부 “우발성 배제 어려워”
절도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과거 연인 관계였던 8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전경(사진=이데일리DB)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반정모 부장판사)는 2일 과거에 사귀었던 여성을 살해하고 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5)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전 연인 8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6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범행은 구청 직원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구청 직원은 독거 노인들에게 지급한 움직임감지센터에 A씨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A씨의 집을 방문했다. 방문 당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구청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문을 강제 개방했다.

이날 재판부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탁으로 죽였다고 주장하나 우발성으로 죽였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지한 촉탁살인으로 보기 어려워 일반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죽음을 암시한 발언도 없었다”며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죽고 싶다고 말했으나, 이는 피해자가 진짜 죽고 싶다는 것이 아닌 노환으로 인한 통증에서 나온 말일 뿐 진지한 죽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진지한 죽음을 호소한 급작스러운 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누워 있던 이불 밑에서는 현금 150만원, 핸드백에서는 1000만원이 발견됐다”며 “피고인이 현금을 가져 갈려면 (이들 돈도) 가져 갔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고려하면 피고인이 현금을 가져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