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신태용→홍명보→최순호→김정남→박태준' 추억+감동+눈물이 물결친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종합)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K리그 명예의 전당'이 드디어 첫 발을 뗐다.
선수 부문 초대 헌액자인 최순호 수원FC 단장(61),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4), 신태용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53), 이동국(44)에 대한 헌액식이 2일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프로축구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올해 'K리그 명예의 전당'을 신설했다. 최순호→홍명보→신태용→이동국은 세대별 헌액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1세대인 최순호는 1980년 실업팀 포항제철축구단에 입단했고,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포항제철과 럭키금성에서 활약하며 K리그의 태동을 알렸다. K리그 통산 100경기에서 23골-19도움을 기록한 그는 1986년 포항제철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회택 OB축구회 회장은 "지역연고가 정착되기 전 당대 최고의 스타 최순호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몰렸다. 최순호는 우리 축구사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싶은 불세출의 스트라이커"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트로피를 전달받은 최순호는 "40년 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요즘 K리그가 새로운 붐을 맞은 것 같다. 가슴 벅찬 순간에 그 당시 함께 뛰었던 선배, 동료, 후배, 아련한 추억속에 모두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축구인의 아내로 38년동안 잘 지켜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자녀들이 잘 자라줘 오늘 같은 날을 맞아 기쁜 마음"이라고 웃은 최순호는 손자에게 꽃다발을 받아 영광은 곱절이었다.
2세대의 간판은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다. 1992년 포항에서 데뷔한 그는 첫 시즌부터 리그 우승, 베스트11, MVP를 석권했다. K리그 통산 156경기에 출전, 14골-8도움을 기록했고, 리그와 리그컵 우승 1회를 각각 이끌었다.
포항에서 홍 감독을 지도한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화려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 홍명보 선수를 언급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감독으로 있던 당시 20대 중반의 3년차 선수인 홍명보에게 주장을 맡겼다"며 "난 베켄바워를 좋아했다. 한국에서 가장 닮은꼴이 홍명보다. 수비수로서 탁월한 기술과 경기에 대한 리딩 능력,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이끈 능력이 탁월했다"고 곱씹었다.
스승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홍명보는 "나보다 훨씬 K리그에 공헌한 선수들이 많은 데 미안한 마음이 있다. 슈퍼리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 동대문운동장에서 볼보이를 했다. 그 경기를 보면서 저 무대에 뛰고 싶다는 목표와 꿈을 갖고 시작했고, 몇 년 후에 꿈을 이뤘다"며 "지금까지 받은 상 중 가장 의미있는 상이다. 현재도 매주 K리그 피치에 선다. 지금 훈련중인 울산 선수들, 매주 성원해주는 팬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은 3세대의 얼굴이었다. 1992년 일화천마에서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리그 3연패를 두 차례나 일궈냈다. 또 MVP도 2회나 차지했다. 401경기 99골-68도움의 신태용이 가진 베스트11 최다 수상(9회)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신태용 감독의 아들 신재원(성남) 신재혁(안산) 형제는 무대에 올라 "아버지가 밟아온 길의 위대함을 프로무대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둘째 신재혁은 "아버지의 K리그 통산 득점이 99골인 것을 아쉬워 하실 것 같다. 100번째 골을 필드골로 넣겠다는 팬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하시는데, 나중에게 후회했다고 들었다. 나는 페널티킥 기회가 오면 절대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아들의 소개로 단상에 오른 신태용은 "'명예의 전당'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두 아들이 헌액자로 축하해 줘 기쁘다. 국가대표보다 K리그에서 이름을 더 날려 이 자리에 섰다. 성남의 원클럽맨으로 자부심이 있다. K리그가 더 많이 발전하고, 후배들이 K리그에 더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인도네시아에선 K리그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킹' 이동국이 4세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1998년 포항에서 데뷔한 그는 안정환, 고종수와 함께 트로이카를 이루며 K리그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2009년 전북 현대로 이적한 후에는 무려 8차례의 우승을 달성했다. 548경기 228골-77도움도 역사다. K리그 역대 최다 득점과 최다 공격포인트, 필드플레이어 중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태욱 프로연맹 기술위원은 "90년대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끈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크로스를 올리기만 하면 동국이 형이 어느샌가 나타나 슈팅을 했다. 언제든지 골문 앞으로 나타났다"며 "팬들에게는 아직도 은퇴가 믿기지 않는 레전드"라고 축하했다. 최태욱 위원은 2009년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 등과 함께 '판타스틱4'로 맹활약했다.
이동국은 "선수로서 받는 마지막 받는 상인 것 같다. 축구만 하면 국가대표가 되는 줄 알아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됐다. 전북에서의 활약으로 이 상을 받게됐는데 최강희 감독께 감사드린다. 막내 시안이가 축구에 빠져있다. 아빠가 프로축구 선수로서 성공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와 기쁘다"고 웃었다.
지도자 부문의 초대 헌액자는 김정남 감독, 공헌자 부문에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유공과 울산 현대를 이끈 김 감독은 두 차례 리그 정상을 지휘했다. 감독으로서 K리그 통산 210승168무159패를 기록했다.
김정남 감독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손자인 김민석씨가 대리수상했다. 김민석씨는 "헌액자로 선정돼 무척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더 훌륭한 지도자가 많은데 송구하다.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한다"며 김정남 감독의 소감을 대독했다.
박 회장은 1973년 포항제철축구단(현 포항 스틸러스) 창단과 1990년 한국 최초 축구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 건립, 1992년 광양축구전용구장 건립과 1994년 전남 드래곤즈 창단, 프로축구 첫 클럽하우스 건립, 유소년 시스템 구축 등 질적, 양적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박 회장의 추천인으로 무대에 다시 오른 최순호는 "박태준 회장님을 처음 만나뵌 건 고등학생 3학년 봄이었다. 더 큰 사람이 돼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울먹였다. 또 "박태준 회장님은 한국 축구에 수많은 최초를 일궈냈고, 큰 유산이 됐다. 어려울 때마다 회장님이 계시는 현충원을 찾곤 한다. 묘소에서 인사를 드리고 예전에 말씀했던 것을 기억하며 큰 위로를 받는다. 회장님은 선각자로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셨던 분이었다"고 추억했다.
박 회장의 아들 박성빈씨는 "가신 지 햇수로 12년이 됐는데 이렇게 추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축구 참 좋아하셨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판에는 공을 차고 뛰어 논다. 주말에는 전용구장을 향한다. 오늘의 이 모습이 선친께서 생각하신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가라면 상상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K리그 명예의 전당'은 '선수(STARS)', '지도자(LEADERS)', '공헌자(HONORS)' 3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프로연맹은 초대 헌액자에게 트로피와 증서를 수여했다. 트로피에는 명예의 전당 상징물이 각인된 순금메달이 박혀 헌액의 권위를 더했다.
헌액자 선정은 'K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자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 선수 부문은 선정위원회가 세대별 15인씩 후보를 추천했고, 추천받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 자체 투표(25%), 구단 대표 및 감독 투표(25%), 미디어 투표(25%), 온라인 팬 투표(25%)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지도자 부문과 공헌자 부문의 헌액자는 선정위원회 내부 합의로 결정됐다.
프로연맹은 올해를 시작으로 2년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계속해서 선정할 계획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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