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테나가 안 펴지네”…유럽 목성탐사선에 ‘이상 징후’
유럽우주국, ‘동체 흔들기’ 등 고심 중
유럽우주국(ESA)이 지난달 발사한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에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 동체에 달린 특정 안테나가 예정대로 활짝 펼쳐지지 않았다. 이 안테나가 끝내 완전히 전개되지 않으면 목성 위성의 지하 바다를 관측하려는 주스의 주요 임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ESA는 수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과학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과 ESA 등은 1일(미국시간),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지난달 14일 목성을 향해 발사된 탐사선인 주스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주스는 2031년 7월 목성 궤도에 도착한다는 계획표를 들고 지구를 떠났다. 목성 궤도에 다다르면 3년 반 동안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유로파에 총 35차례 근접하며 탐사를 할 예정이다. 현재는 지구에서 수백만㎞ 떨어진 우주를 날고 있다.
주스에는 카메라와 자력계, 센서 등 총 10개 관측장비가 실렸다. 이 가운데 핵심 장비는 ‘RIME’다. 우주 탐사에 쓰는 레이더이다. 겉모습은 기다란 막대기를 닮았다. 길이가 16m에 이른다.
그런데 이 RIME가 예정대로 활짝 펼쳐지지를 않았다. 펼쳐진 건 전체 길이의 3분의 1뿐이다. ESA는 RIME 근처에 박힌 작은 핀이 걸림돌이 되어 RIME 전개를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SA는 RIME를 사용해 목성 위성 표면에서 최대 9㎞ 아래를 들여다볼 예정이었다. 주스가 관측할 가니메데와 유로파, 칼리스토 표면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RIME를 쓰면 이를 투시해서 지하를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 과학계는 가네메데와 유로파, 칼리스토 지하에 바다가 있을 것으로 본다. 목성의 중력이 만든 마찰열 때문에 땅속 얼음이 녹아 물이 됐다는 예상이다. ESA는 진짜 그런 바다가 있는지 RIME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그런데 RIME가 완전히 전개되지 않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ESA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RIME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SA는 먼저 주스의 동체를 흔드는 일을 검토 중이다. 물리적인 힘을 가하려는 생각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도 이런 ‘해법’은 자주 등장한다. 꼬인 유선 이어폰 줄을 위아래로 흔들어 풀거나 옷에 묻은 꽃가루를 손으로 탁탁 쳐내 떨어뜨리는 식이다. ESA는 동체를 흔들면 장애물이 되던 핀이 움직이면서 RIME가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SA는 이를 위해 주스 동체에 달린 엔진을 잠시 켤지를 고심 중이다.
ESA는 주스를 제자리에서 회전시키는 방안도 같이 살펴보고 있다. RIME를 따뜻한 태양광이 내리쬐는 방향으로 돌려 열을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RIME 전개를 막던 핀이 팽창하면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RIME가 계획대로 활짝 펼쳐질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끝내 RIME를 정상 길이로 펼치지 못할 경우 탐사 대상이 되는 3개 위성들의 지하 바다를 예정대로 관측할 수 있을지를 두고 ESA와 우주 과학계의 걱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SA는 일단 RIME 수리에 주력하는 한편 나머지 관측장비를 정상 운영하기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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