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으로 번질라…'태영호 녹취록'에 바람 잘 날 없는 與

박기범 기자 2023. 5. 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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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공천 거론? 논의한 적 없다" 태영호 "보좌진 안심 위해"
지도부에 악재…과거 공천 파동 경험 與, 조기 수습 필요 목소리
이진복 정무수석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앞서 전날(1일) 한 매체는 이 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한 바 있다. 2023.5.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이 또다시 악재에 직면했다. 지도부의 설화 논란을 수습하고자 당 윤리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가 가동하자마자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록 유출 사태로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논란이 터졌다.

과거 공천개입 논란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이기에 논란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권에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 관련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음성 녹취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9일 녹음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들에게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과 관련해 적극 옹호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이진복 수석에게 들었다. 이 수석이 최고위원으로서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대통령실의 최고위직 인사가 내년 총선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에서 나아가 공천 개입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당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을 걱정하는 자신의 보좌진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들은 태 최고위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태 최고위원은 외부일정으로 인해 사무실에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복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천과 관련한 논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문제는) 금기사항으로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저는) 하지 않는다.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가 공천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존재하는 만큼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당 지도부는 이들의 해명을 존중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태 최고위원)이 '(말을) 과장했다, 부풀렸다, 거짓말했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실에서) 당무 개입을 안 했는데 했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나. 일단은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좀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도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지지율 하락세 반전을 마련하기 위해 윤리위원회 출범 이후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개시 절차에 돌입했고, 이날 오후 당무감사위원회 출범을 통해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뇌물 수수'에 대한 조사를 예고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지만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 청년 표심을 겨냥해 야심 차게 출범한 청년정책네트워크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5.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자칫 이번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과거 불거진 공천개입 논란이 재현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과거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김무성 전 대표 체제와 친박(친박근혜)계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갈등을 빚은 끝에 김 전 대표가 옥새를 들고 부산으로 내려간 '옥새 파동'이 발생, 선거에서 참패했다.

조기 수습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당내 인사는 "거듭되는 논란에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공천개입 논란은 총선과 연계된 만큼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의 연장선이란 측면에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비윤(비윤석열)계는 일제히 이번 논란을 비판하며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이 경고해 왔다"고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주장했다. 또 태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거짓말한 것이라면 책임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도 했다.

허은아 의원은 "왜, 이렇게까지 국민들께 면목 없는 당 지도부가 된 것인가. 이런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려고, 무리하게 비대위도 만들고, 민심 포함 전대룰도 없애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온갖 전대 경쟁자들을 마녀사냥하듯 낙인찍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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