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수사 지휘만 거듭···르노 ‘최저임금법 위반’ 4년째 무결론

김지환 기자 2023. 5. 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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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 2019년 회사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소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뒤 ‘조정수당’ 미지급”
노동부, 5차례 기소 의견…검찰은 계속 수사 지휘

르노코리아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적용된 2019년 사측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4년가량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르노코리아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봤지만 검찰은 아직도 수사 지휘만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생산직 노동자 3명은 “2019년 1~8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며 사측을 노동부 부산북부지청에 고소했다.

노동자 이형주씨는 고소장에서 “급여구성항목 중 기본급·라인수당·안전환경수당·기술자격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임금, 자기계발비·가족수당·중식대보조·개인연금은 최저시급 월 환산액의 7%를 초과하는 부분만 포함되는 복리후생비에 해당하는 임금이다. 이를 근거로 최저시급을 산출하면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에 미달하는 급여”라고 밝혔다.

2018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2019년부터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다만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2023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 복리후생비는 2019년 기준 7%(2020년 5%, 2021년 3%, 2022년 2%, 2023년 1%)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만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노동부는 2019년 당시 ‘최저임금법령 개정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자율 시정 기간’을 부여했다. 부여 대상은 “최저임금법령 개정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의 지급 주기를 변경하면 최저임금 위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으로서 개정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2019년 1월 이후 최저임금 위반금액이 있지만, 사업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 경우”다. 노동부는 “고소·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저임금법 위반 사실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업주의 노력 등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고소 이유에 대해 “(기업별 노조인) 르노코리아자동차 노동조합이 2019년 최저임금 미달분에 대한 보전수당인 조정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사측은 조정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에 미달한 급여를 지급했다. 사측은 노동부가 부여한 자율 시정 기간 동안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정책실장은 “2018년에도 최저임금 구성항목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했다. 이에 사측은 ‘조정수당’을 만들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갔다. 노동부가 2019년 자율 시정 기간을 부여하자 이것을 악용해 2018년에 지급하던 조정수당마저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측은 “2019년 1~8월 최저임금 미달분은 자율 시정 기간 중 노사가 협상을 했던 사항이다. 협상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2019년 12월 (최저임금 미달분을 채우는) 조정수당을 소급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후적으로 최저임금 미달분을 지급했다 해도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이 사측을 고소한 지 4년가량이 흘렀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2일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사건은 아직 검찰로 송치되지도 않았다.

노동부 부산북부지청은 2020년 11월, 2021년 11월, 지난해 5월, 지난해 6월, 올해 4월 등 5차례에 걸쳐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수사 지휘를 건의했다. 노동부는 르노코리아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반복적으로 내린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5차례에 걸쳐 수사 지휘를 거듭하면서 아직 사건을 노동부로부터 넘겨받지 않고 있다.

윤건영 의원은 “노동자들이 2019년 고소한 사건이 아직도 노동부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부와 검찰은 이미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만큼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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