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백화점 아니에요?" 깜짝 변신…3040 부자들 몰린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명품 큰손' 확보 경쟁 나선 백화점
백화점 업계의 ‘아트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가의 미술 작품을 백화점에 상설 전시하는 한편,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화가의 특별전이나 자체 아트페어를 개최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명품 큰손’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국내 미술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들의 아트 마케팅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건축가' 백화점과 미술관의 컬래버레이션
현대백화점은 오는 17일부터 오는 9월6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개점 2주년 특별전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를 연다고 2일 발표했다. 특별전의 주인공인 라울 뒤피는 20세기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는 미술 거장이다. 화려한 빛과 색으로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 ‘기쁨의 화가’로 불린다. 이번 특별전엔 ‘전기의 요정(1952~1953)’ 오리지널 석판화 연작,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한 ‘붉은 바이올린(1948)’,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프랑스 국가 소장품으로 등록된 ‘도빌의 예시장(1930)’ 등이 전시된다.
루브르박물관·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가 국내 백화점에서 특별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의 전시기획 총감독은 현대백화점과 공동 주최한 퐁피두센터(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의 크리스티앙 브리앙 수석큐레이터가 맡았다. 라울 뒤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브리앙 수석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라울 뒤피가 자신의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귀중하게 여기고 남다른 애정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이라며 “라울 뒤피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의 ‘아트 경영’ 전략하에 유명 미술 작품 전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최로 지난 2월 시작돼 지난달 27일 성공적으로 마친 특별전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이 대표적이다. 다비드 자맹전(展)과 라울 뒤피전은 모두 전시 장소로 더현대서울의 6층 전시공간 알트원(ALT.1)을 택했다. 알트원은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문 미술관 수준의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알트원은 더현대 서울 설계 당시부터 전문 전시장 수준의 항온·항습 시설을 갖춘 국내 유통시설 최고 수준의 미술품 전시 공간”이라며 “개관 2년 만에 6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은 이번에 라울 뒤피전을 공동 주최한 퐁피두센터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 더현대서울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과 파리 퐁피두센터 모두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1977년 개관한 퐁피두센터는 로저스가 설계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고, 2020년 완공된 파크원은 로저스가 설계한 단일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건축물이다. 파격적인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알려진 로저스는 지난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백화점 명칭에 '아트' 넣고 아트페어까지
아트 마케팅에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시그니엘 부산에서 ‘롯데아트페어부산 2023’을 개최한다. 총 40여개의 갤러리 및 브랜드가 참여해 총 500여개의 작품이 공개된다. 특히 지난해 완판을 기록한 아시아 최대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가참여해 우웨이등 인기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웅 갤러리’와 ‘오매갤러리’ 등 국내 유명 갤러리들도 대거 참여한다. 단순 미술 작품을 넘어 예술과 결합한 프리미엄 일상 용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특별전’을 더욱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아트페어부산을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아트부산’과 연계해 ‘유통업계 최대 아트페어’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아트부산 개최 기간(5~7일) 동안에는 아트부산이 열리는 벡스코와 시그니엘 부산을 왕복하는 셔틀버스인 ‘아트버스’를 운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앞서 올 초엔 본점에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채병록 작품인 대형 토끼 조형물을 설치했고, 지난달엔 에비뉴엘 잠실점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켄고 쿠마의 설치작품 ‘SU:M(숨)’을 설치했다.
‘각 권역별 최고 점포’를 내세운 신세계백화점은 점포명에도 적극적으로 ‘아트’를 넣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점한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이라는 간판명을 지우고 매장 내부에 대형 갤러리를 마련했다. ‘백남준·이이남-인프로그레스(in progress)’, ‘해피 팝’, 서울옥션과 협업한 국내외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도 개최했다.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의 명칭도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며 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명품 매장이 있는 서울 강남점 3층에는 ‘아트 스페이스’를 만들어 예술 작품 250여점을 상설 전시한다.
국내 '명품 큰손' 잡고 미술 시장 겨냥
백화점 업계가 아트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은 고객 모집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국내외 유명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구매력이 큰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미술 전시 관람객 중엔 3040세대의 고소득 전문직이 많기 때문에 백화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명품 시장의 큰손을 잡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도 겨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의 유통 시장 판매액은 1조377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판매액은 지난 2021년(7563억원)과 비교해 무려 37.2% 늘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아트 마케팅은 업계의 부차적인 마케팅 수단이 아닌 필수 마케팅 전략”이라며 “미래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까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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