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 책임진 '조기·명태·멸치'를 조명하다

조재현 기자 2023. 5.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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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8월15일까지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K-물고기 '조기·명태·멸치' 문화적 의미 소개 다큐 형식 전시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50여년 전 서해엔 '파시'(波市), 즉 파도 위의 시장이 있었다. 서해로 북상하는 조기 떼를 따라 수천 척의 어선과 수백 척의 상선이 뒤따르던 풍경이었다.

명태는 어획 시기와 방법, 건조 정도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60개에 이른다.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새끼는 노가리다.

멸치는 한국인 밥상 위 숨은 주인공이다. 젓갈, 액젓, 분말, 육수 형태로 다른 음식에 스며들어 맛을 내는 힘을 가졌다.

우리의 대표 물고기 조기·명태·멸치가 지닌 문화적 의미를 찾고,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3일부터 8월1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1940년대 촬영한 명태 관련 영상과 바다에서 들리는 조기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각종 해양 문화를 소개하는 170여점의 전시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밥상에서 시작해 선원, 황태 덕장 사람들, 어시장 상인, 위판장 경매사와 중도매인, 시장 상인, 조리사 등 조기·명태·멸치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국인의 조기·명태·멸치 사랑은 문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획량이 풍부했던 조기는 한 때 '전라도 명태'로 불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는 자신이 쓴 어류백과사전 '난호어목지'에서 조기에 대해 '상인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로 사방에 실어 나른다. 소금에 절여 건어를 만들고, 소금에 담가 젓갈을 만든다. 나라 안에 흘러넘치는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귀한 생선으로 여기니, 대개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약전(1758~1816)이 어류학서 '자산어보'에서 '석수어'(조기)를 첫머리에 둔 것은 조선에서 조기를 중시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태도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 중 하나였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명태는 동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규경(1788~1856)은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명태는 추석부터 많이 잡혀서 그물질 한 번에 배가 가득 차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썼다. 서유구는 '원산은 사방으로 장사꾼이 모여드는 곳이다. 명태 운송은 동해 물길을 따르고, 말로 실어 나르는 길은 철령을 넘는데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져 나라에 넘쳐난다'(난호어목지)고 했다.

전시를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의 어류 가공 회사가 함경도에서 가공한 명란을 일본에 공급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최초 공개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에도 일본이 한국의 명란을 즐겼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며 "일본식 명란인 '멘타이코'(明太子)를 처음 일본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 태생의 일본인 가와하라 도시오(1913~1980)는 현지 입맛에 맞게 상품화를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밍타이위', 러시아의 '민타이' 역시 명태를 자국어로 발음한 표기다.

멸치는 예나 지금이나 밥상 위에서 돋보이진 않으나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그러나 이들 물고기를 이젠 우리 바다에서 찾기 어렵다.

조기의 경우 환경이 변해 서해로 북상하지 않는다. 지금은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생선을 아프리카에서 수입한다. 명태는 동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100% 외국에서 들여오는데 소비는 늘었다. 지난해 수입한 총 수산물(122만톤) 중 냉동 명태가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가량이다.

전시는 해양 생태계의 변화가 곧 우리 밥상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는 한때 우리 바다를 가득 채웠던 이들 물고기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전한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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