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검찰 거부로 조사 불발…"주변 사람 대신 날 구속하라"

2023. 5. 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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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개 녹취 중 일부, 법원서 다툴 것"…이원욱 "실효성 없는 출두, 국민 입장선 어리둥절"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청사 출입을 허가받지 못해 결국 조사는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 대신 송영길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건물 앞에서 조사가 무산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앞서 변호인을 통해 담당 검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검찰 측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송 전 대표는 그럼에도 이날 검찰청을 방문했고, 결국 검찰 측의 입장 승인 거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면담이 좌절된 후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현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돈봉투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수사가 '정치적 기획 수사'라고 강조하며 검찰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4월12일 압수수색과 동시에 jtbc 녹취록 보도가 될 수 있느냐"면서 "야당이나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과 유착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국민의 기본권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대일·대미 굴욕외교와 경제 무능으로 민심이 나빠지자 송영길을 표적삼아 정치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범죄 혐의 사실이 제1야당의 현 대표와 전 대표 관련 사건 말고는 없느냐"고 쏘아붙였다.

송 전 대표는 "한 번 살다 죽는 목숨이고 인생사 새옹지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주변 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기를 바란다"면서 "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출입이 거절되자 돌아갔다. ⓒ연합뉴스

그는 '송 전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처리했다는 녹취가 있다'는 취재진 질의에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조사를 받았지만 영장이 기각돼 검찰 조사에도 그런 이야기 안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가 한 두 개도 아니고 3만 개의 일부를 추출해서 말하는 것의 신빙성은 검찰과 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돈 봉투 살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100만 명 넘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전당대회이고, 저는 30분 단위로 후보로 뛰어다니는 상황이었다"면서 "제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 검찰이 소환해 조사할 것이고, 책임을 물을 것이고 기소되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송 전 대표의 검찰 출두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떳떳하다, 당당하다라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하지 않은가. 그래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서 '나는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드림으로써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 뭐 그런 여러 가지 포석을 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여당뿐 아니라 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책임지겠다고 하는 자세는 보이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가나, 검찰이 다 수사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그때 부를 텐데'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지만,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민주당의 돈봉투 게이트는 얄팍한 '출두 쇼'로 덮을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준비되지도 않고 수사 계획상 송영길 대표가 이렇게 빨리 조사할 수 있는, 수사과정을 보면 그 단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사건 자체의 해결과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관련 대책 논의를 위한 쇄신 의원총회를 준비 중이다. 쇄신 의총 개최에 앞서 3일에 사전 준비 성격의 의원 총회를 먼저 열 계획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조치에 대해서는 의원별로 의견이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내일 준비 의총에서 많은 논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재명 당대표 사법리스크 관련 논의도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원내대변인은 "혹시라도 의원님들 중에 그런 제안하시고 동조하는 의원들 있으면 아젠다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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