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태영호 스스로 `거짓말`이라 해" 정무수석 "4·3 발언 아쉽다곤 했어도…"

한기호 2023. 5. 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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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대 당선 직후 이진복 정무수석 만난 태영호…보좌진 내부회의 녹취 유출 MBC 보도 파장
"유출 유감…수석과 한일관계·공천 이야기 없어, 과장된 표현" 단언한 太
보좌진 공천불안 때문이라며…與지도부 "본인이 과장이라지 않나"
지난 4월2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과의 대화 관련 언론보도 등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의원실 보좌진과 대화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한일관계 관련 정부조치 옹호를 부탁받았고, 차기 총선 공천과도 연관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녹취록 유출과 관련한 MBC 보도에 관해,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으로선 이른바 'JMS 민주당 발언' 등으로 당 중앙윤리위가 징계절차에 착수한 직후 겹악재를 맞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주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세미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당무·공천 개입 의혹 제기 관련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거짓말했다'고 하지 않나"라며 "본인이 과장했다고, 자기가 부풀렸다고 하지 않나. 그런 말 한 것이 없는데"라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태 최고위원 녹취가 대통령의 당무개입을 시사했다는 해석엔 "누가 시사했나. 아니라고 했는데 왜 맞다고 하나. 그게 왜 시사인가"라고 반문했다. "팩트가 '당무 개입을 안 했다'고 하는데, '했다'고 (전제)하면 어떡하느냐"며 "자꾸 안 했다는데 했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태 최고위원 녹취록이 공개된 이상 징계 절차가 필요하다'는 질문엔 "사실 관계를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본관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본인(태 최고위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나. 일단 본인의 입장을 일단 존중하고 사안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실체가 아닌 경우 보좌진에게 정무수석이 공천을 팔았다고 말한 게 적절하냐'는 지적엔 "일단은 (정무수석 관련 전언이) 사실이 아니라 하니까 본인이"라고 말했다.

신중론을 취하면서도 "녹취가 있는데 어떤 취지로 말했는지 당사자가 말하지 않겠느냐"며 "저는 사실이 아닌 거로 이렇게 해명한 거로 이해하고 있다"고 기존 해명에 힘을 실었다. 태 최고위원을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엔 "태 의원이 또 신상이나 문제가 있으면 언제나 절 찾아오는 분"이라며 열어뒀다.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당무개입에 해당하느냐'는 물음엔 "사실이 아니라는데 사실을 전제하고 가정하고 답변드리기엔 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MBC 보도에서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지난 3월9일 태 최고위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났다. 면담 후 태 최고위원은 국회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 놓고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것을 최고위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일제 징용 배상 '제3자 대위변제안'을 여당 지도부가 적극 방어하지 않아 불만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녹취에서 태 최고위원은 또 이 정무수석이 면담 당시 "당신이 공천 문제를 신경 쓴다고 하는데, 최고위원으로 있는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고 이야기를 늘어놓은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은 단계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1일) 입장문을 내 "의원과 그 보좌진 사이의 지극히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됐다"며 MBC 뉴스데스크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이진복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3·8)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정무수석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공천을 줄 위치도 아니고, 그런 논의조차 전혀 한 적이 없다"며 "태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한게 아니고 전당대회 후 최고위원 당선 축하차 만났다. 선거(전대)관련 대화를 주로 나눴다. '제주 4·3발언 관련해서 전대서 논란이 됐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고 특별히 이슈될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전날 통화에서) 태 의원이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장되게 표현한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하더라"라며 "내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걸 내가 어떻게 하겠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당내 비윤(非윤석열) 진영의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의혹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반응했고, 친(親)이준석계 허은아 의원도 이날 "해프닝처럼 넘어가려 하면 안 된다"며 태 최고위원에 직 사퇴와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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