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시면 위험합니다"…KT, 모바일 앱으로 통신 단선사고 막는다

윤현성 기자 2023. 5. 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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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연평균 380여건 단선 사고…최근 2년 사고 원인 70% '굴착 공사'
협조 어려운 '깜깜이 공사'가 과반…'케이블 매설' 푯말 확인 한계도
'광케이블지킴이' 전용 앱으로 매설 확인…텔레매틱스+OSP 합친다

[서울=뉴시스]서문찬 KT 충남충북 네트워크운영본부 기술지원부장(오른쪽)과 성광용 건설기계개별연맹사업자협의회 서울시회장이 지하 통신 케이블 보호를 위한 전용 앱인 '광케이블지킴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 2021년 말 영등포 일대의 통신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지하에 매설돼있던 통신 케이블이 공사 과정에서 끊기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해 무선 통신, 기업 내부 통신망까지 도미노처럼 문제가 발생했다.

KT는 이같이 굴착 공사 등으로 인해 케이블이 끊겨 통신망이 마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통신망 매설 지역 안내를 기본으로 전용 앱 활용, 건설사 등과의 시스템 연동 등까지 추진해 단선 사고를 줄이겠다고 2일 밝혔다.

KT는 국내 통신사업자 중 가장 많은 통신 케이블을 갖고 있다. 통신 관로는 약 14만8000㎞, 광케이블은 공중과 지하를 합쳐 약 92만㎞를 운용 중이다. 통신 케이블은 인터넷·전화 등 유선 서비스만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선 기지국도 통신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기에 단선 사고가 일어나면 스마트폰의 5G·LTE 등 무선 서비스도 중단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통신 케이블은 보통 땅 속이나 단자함, 건물 통신실에 설치돼 외력으로 끊어지는 상황이 흔치 않지만, 건축 및 토목 공사의 경우 대개 굴착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하 매설물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KT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일으킨 공사를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상·하수도 굴착(26%), 도로공사 굴착(23%), 신축건물 터파기 및 펜스 굴착(18%) 등 굴착 공사가 약 70%를 차지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380여건의 크고 작은 단선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단선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사업자 뿐만 아닌 건설 기계 작업자나 건설사도 피해가 크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물은 영업 배상 책임 보험에서도 보장해주지 않고, 복구 기간 동안 공사 진행이 어려워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손해까지 감수하게 된다.

'깜깜이 공사'로 인한 예상 불가 단선 위험성 커…월 3000건 공사 일일이 탐지도 불가

전용 앱으로 공사 현장 주변 매설 케이블 탐지…건설사 플랫폼-OSP 시스템도 연동

[서울=뉴시스]서문찬 KT 충남·충북 네트워크운영본부장이 2일 통신 케이블 단선 피해 현황과 KT의 사고 예방 솔루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그간 건설 기계 작업자들은 곳곳에 설치된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을 확인하거나 KT에 직접 문의하는 식으로 통신 케이블 매설 여부를 확인해왔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단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KT처럼 지하 매설물을 보유한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공사 현장을 순회 점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언제 어떤 작업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공사의 특성 상 지자체에 신고되는 공사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T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공사 정보의 정확도에 관해 실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두 달간 진행된 37건의 공사 중 약 73%에 달하는 27건이 신고가 없는 '깜깜이 공사'였다. 공식적인 공사 정보에 따르면 이미 끝났어야 할 공사가 이제 막 터파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깜깜이 공사를 포함해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사는 월간 약 3000여건으로 추정된다. 모든 공사가 신고 후에 진행된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굴착 시점을 특정하고 통신사 측이 현장에 일일이 방문해 통신 케이블을 탐지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같은 한계점으로 인해 지하 매설물 보유 기업, 공사 관계자 어느 한 쪽만 노력해서는 단선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게 KT의 판단이다. 양측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만 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KT는 단선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기본 방식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건설 기계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과 주의 깃발, 스티커를 전국에 다수 설치했다. 더불어 전사 620개의 순찰조가 일평균 150㎞을 주행하며 주요 통신 케이블 구간을 점검하고 있다. OSP(외부 통신 시설) 관리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고도화 중이다.

'광케이블지킴이' 앱도 개발해 시범 적용을 시작했다. 광케이블지킴이는 공사 현장 주변에 통신 케이블이 얼마나 가까이 매설돼 있는지 확인해주는 앱이다. 매설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KT 선로 전문가와 바로 연결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KT는 전국 건설기계개별연맹사업자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지속 체결해 협의회 소속 작업자들이 광케이블지킴이 앱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현재 약 3000명이 해당 앱을 사용 중이며, 앱 사용 건수도 매일 500여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건설 기계 제조사와의 협력 강화도 추진 중이다. KT는 국내 주요 건설 기계 제조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텔레매틱스 플랫폼과 KT OSP 관리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안을 지속 논의 중이다.

텔레매틱스는 건설 기계에 탑재돼 현재 위치나 성능, 기능, 부품 이상 등을 파악한 뒤 네트워크를 통해 기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수집된 건설 기계의 위치 정보와 OSP 관리 시스템의 통신 케이블 정보를 조합하면 건설 기계 작업자가 매설 지역에 근접할 때 '몇 m 내에 KT 광케이블이 매설돼있다'는 식의 주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현재는 문자메시지나 텔레매틱스 앱 등 스마트폰을 통해 안내가 진행되지만, KT와 건설사 측은 장비 내 장착된 내비게이션 등 디스플레이들을 통해 안내 메시지나 광케이블 현황도 등을 표출하는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

KT는 "지하 통신 케이블은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KT는 다양한 방안을 통해 통신 케이블의 인식을 높이고 건축업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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