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의회주의 허물고 도덕성 잃어가는 野

2023. 5. 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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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야(巨野)를 이용한 입법 독주로 다수 전횡의 국회를 만들고 있다.

즉, 정부가 수용하기 힘들거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한 입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빈번히 유발함으로써 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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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야(巨野)를 이용한 입법 독주로 다수 전횡의 국회를 만들고 있다. 즉, 정부가 수용하기 힘들거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한 입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빈번히 유발함으로써 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한다. 지난달 27일 국회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다수의 횡포’에 의한 선동정치로 민주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정치이론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경고대로 퇴행하고 있다. 다수 지배의 민주주의 원칙은 개인의 자유와 소수의 권리가 ‘수의 권력’에 의해 억압될 수 있음을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이미 지적했으며, 이런 횡포를 막을 대안으로 미국의 제임스 매디슨은 견제와 균형 원칙에 입각한 권력분립 제도를 창출했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편법이 횡행하는 한국 정치에선 무용지물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 소속 의원을 무소속으로 만들어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비교섭단체 조정위원 몫으로 배정해 3분의 2 다수를 확보한 후 일사천리로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때 ‘위장 탈당’ 한 당사자는 국회 절차를 훼손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위장 탈당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으며, 민주당은 1년 만에 그를 ‘가장 전투력 있는 의원’이라며 복당시켰다. 당내 일부 ‘부끄럽다’는 자성의 소리는 후안무치 의회주의 파괴 세력에 의해 묻혔다.

민주당의 입법 전횡은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권력 확장에 집중돼 있다. 거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다루는 ‘방송 3법 개정안’을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부의했다. 이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 언론노조 단체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꿔 정치화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분은 있으나,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조성하려는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인상을 주고 쌍특검 정국을 이어가려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혐의에 따른 악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적어도 10명에서 20여 명에 이르는 현역 의원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돈 봉투 살포 혐의는 민주당이 집단으로 구태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사실, 당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사태인데도 당내 대다수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려 하는 태도다.

이미 이 대표의 사법 혐의만으로도 분당 과정에 접어들고 있는데, 돈 봉투 사건은 야당이나 진보 정당으로서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국민 심판은 엄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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